정법안장正法眼藏/선의 법열 禪之法悅

나옹록 2

윤지환 철학연구소 2012. 3. 24. 12:47

어록

 

1. 상당법어

시자 각련 (覺璉) 이 짓고, 광통보제사 (廣通普濟寺) 에 주석하는 환암 (幻艤) 이 교정하다.

 

1. 광제선사 (廣濟禪寺) 개당

 

스님께서는 강남에서의 행각을 마치고 대도 (大都) 에 돌아와 연대 (燕代) 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니셨다. 그 도행 (道行) 이 궁중에 들려 을미년 (1355) 가을에 황제의 명을 받들고 광제사 (廣濟寺) 주지가 되어 병신년 (1356) 10월 보름날에 개당법회를 열었는데, 황제는 금란가사와 상아불자를 내리셨다.

이 날에 여러 산의 장로들과 강호의 납자들과 또 여러 문무관리들이 모두 모였다. 스님께서는 가사를 받아 들고 황제의 사자에게 물었다.

"산하대지와 초목총림이 다 하나의 법왕신인데 이것을 어디다 입혀야 합니까?"

황제의 사자가 "모르겠습니다" 하니 스님께서는 자기 왼쪽 어깨를 가리키면서 "여기다 입혀야 합니다" 하셨다.

또 대중에게 물었다.

"맑고 텅 비고 고요하여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찬란한 이 가사는 어디서 나왔는가?"

대중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는 "구중 궁궐의 금구 (金口) 에서 나왔다" 하셨다.

이에 가사를 입고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가 주장자를 가로 잡고 말씀하셨다.

"날카로운 칼을 온통 들어 바른 명령을 행할 것이니, 어름어름하면 목숨을 잃는다. 이 칼날에 맞설 이가 있는가, 있는가, 있는가. 돛대 하나에 바람을 타고 바다를 지나가노니, 여기서는 배 탄 사람을 만나지 못하리라."*

다시 불자를 세우고 말씀하셨다.

"3세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네와 천하의 노화상들이 모두 산승의 이 불자 꼭대기에 앉아 큰 광명을 놓으면서 다 같은 소리로 우리 황제를 봉축하는데, 대중은 보는가. 만일 보지 못한다 하면 눈은 있으나 장님과 같고, 본다 한다면 어떻게 보는가. 보고 보지 못하는 것이나 알고 모르는 것은 한 쪽에서만 하는 말이니,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는 불자를 던지면서 "털이 많은 소는 불자를 모르는구나" 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2. 신광사 (神光寺) 주지가 되어

 

스님은 절 문에 도착하자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온 대지가 다 해탈문인데 대중은 일찍이 그 문에 들어갔는가. 만일 들어가지 못했거든 나를 따라 앞으로 가자."

또 보광명전 (普光明殿) 에 이르러 말씀하셨다.

"毘盧遮那 (毘盧遮那) 의 꼭대기를 밟는다 해도 그는 더러운 발을 가진 사람이다. 말해 보라. 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그리고는 손으로 불상을 가리키면서, "나 때문에 절을 받는 것이오" 하셨다. 다음에는 거실 (據室) 에 이르러, "이 방은 부처를 삶고 조사를 삶는 큰 화로다" 하시고 주장자를 들고는, "이것은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날카로운 칼이다. 대중은 이 칼 밑에서 몸을 뒤칠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은 이리 나와도 좋다. 나와도 좋다" 하셨다.

이어서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치고는, "우리 집의 적자 (嫡子) 말고 누가 감히 이 속으로 가겠는가" 하고는 악! 하고 할을 한 번 한 뒤에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다음에 또 법당에 올라가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

"산승은 오대산 (五臺山) 을 떠나기 전에 이미 여러분을 위해 오늘의 일을 다 말하였다. 지금 손과 주인이 서로 만나 앉고 섬이 엄연하니 이미 많은 일을 이루었는데, 다시 산승에게 모래 흙을 흩뿌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만리에 흰구름 격이다. 그러나 관법 (官法) 으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지만 사사로이는 거마 (車馬) 도 통하는 것이니 아는 이가 있는가?"

문답을 마치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티끌 같은 세계에 털끝 하나 없고 날마다 당당하게 살림살이를 드러낸다. 볼라치면 볼 수 없어 캄캄하더니, 쓸 때는 무궁무진 분명하도다. 3세의 부처들도 그 바람 아래 섰고 역대의 조사들도 3천 리를 물러선다.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인데 그렇게도 대단한가. 확실히 알겠는가. 확실히 알기만 한다면 어디로 가나 이름과 형상을 떠나 삿됨을 무찌르고 바름을 드러낼 것이며, 가로 잡거나 거꾸로 쓰거나 죽이고 살림이 자재로울 것이다. 한 줄기 풀로 장육금신을 만들며 장육금신으로 한 줄기 풀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는 얼른 주장자를 들어 왼쪽으로 한 번 내리치고는, "이것이 한 줄기 풀이라면 어느 것이 장육금신인가?" 하시고 오른쪽으로 한 번 내리치고는 말씀하셨다.

"이것이 장육금신이라면 어느 것이 한 줄기 풀인가? 만일 여기서 깨치면 임금의 은혜와 부처의 은혜를 한꺼번에 갚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거든 각기 승당으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아라."

 

3. 결제 (結制) 에 상당하여

 

스님은 법좌 앞에 가서 그것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한 물건은 많은 사람이 오르지 못하였고 밟지 못하였다. 산승은 여기 와서 흐르는 물소리를 무심히 밟고 나는 새의 자취를 자유로이 보아서 그려낸다."

향을 사른 뒤에 말씀하셨다.

"요 (堯) 임금의 자비가 널리 퍼져 아주 밝은 일월과 같고, 탕 (湯) 임금의 덕은 더욱더욱 새로워 영원한 천지와 같다. 산승이 이것을 집어 향로에 사르는 것은 다만 성상폐하의 만세 만세 만만세를 축수하는 것이다."

법좌에 올라가 말씀하셨다.

"쇠뇌 〔弩〕의 고동 〔機:방아쇠〕 을 당기는 것은 눈으로 판단해야 하고 화살이 과녁을 맞히는 것은 손에 익어야 한다. 눈으로 판단하지 않고 손에 익지 않아도 고동을 당기고 과녁을 맞히는 것이 있는가? 꺼내 보아라."

한 스님이 나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다가 문턱 중간에 서서 물었다.

"스님은 법좌에 앉아 계시고 학인은 올라왔는데 이것은 어떤 경계입니까?"

"동쪽이든 서쪽이든 마음대로 돌아다녀라."

"스님은 방장실에서 이 보좌 (寶座) 에 나오셨고 학인은 적묵당 (寂黙堂) 에서 여기 왔습니다. 저기에도 몸이 있습니까?"

"있다."

"털끝에 바다세계를 간직하고 겨자씨에 수미산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렇다."

"종문 (宗門) 의 일은 그만두고, 어떤 것이 북숭봉 (北崇峰) 앞의 경계입니까?"

"산문은 여전히 남쪽으로 열려 있다."

"그 경계 속의 사람은 어떻습니까?"

"모두가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우뚝하다."

"사람이든 경계든 이미 스님께서 지적해 주신 향상 (向上) 의 한 길을 알았는데 그래도 무슨 일이 있습니까?"

"있다."

"어떻게 하면 향상의 한 길로서, `지극한 말과 묘한 이치는 어떤 종 (宗) 인가. 이 말을 천리 밖으로 없애버려라. 이것이야말로 우리 종의 제일기 (第一機) 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무엇이 그 제일의 (第一義) 입니까?"

"그대가 묻는 그것은 제이의 (第二義) 이다."

"`장부는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뜻이 있어서 여래가 간 길을 가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어찌하면 그렇게 되겠습니까?"

"그대의 경계가 아니다."

"오늘 여러 관리와 선비들이 특별히 상당법문을 청하니 스님께서는 여기 와서 설법하고 향을 사뤄 축원한 뒤에 법상에 올라가 자유자재로 법을 쓰십니다. 이것이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

"무엇이 스님의 본분사입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를 세우셨다. 그 스님이 또 물었다.

"오랑캐 난리 30년에도 소금과 간장이 모자랐던 적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라."

"학인이 듣기로는 스님께서 평산 (平山) 스님을 친견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렇다."

"무엇이 천축산 (天竺山) 에서 친히 전한 한마디입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로 선상을 한 번 내리치셨다. 그 스님이 또 말하였다.

"영남 (嶺南) 땅에 천고 (千古) 의 희소식이 있으니, 오늘 맑은 바람이 온 누리에 불어옵니다. 이것은 그만두고 오늘 보좌에 높이 오른 것은 다른 일 때문이 아니라 축성 (祝聖) 하는 일이니, 스님께서는 한마디 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만년의 성일 (聖日) 속에 복이 영원하니 문무의 사법 (四法) 이 태양을 따르도다" 하시니 그 스님은 "온 누리에 퍼지는 임금의 덕화 속에 촌 늙은이가 태평을 축하하기 수고롭지 않구나" 하고는 세 번 절하고 물러갔다.

또 한 스님이 나와 물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학인의 본분사입니까?"

"옷 입고 밥 먹는 것이다."

"세계마다 티끌마다 다 분명한데, 무엇이 분명한 그 마음입니까?"

스님께서 불자를 드시니 그 스님이 물었다.

"향상의 한 길은 천 분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는데, 무엇이 전하지 못한 그 일입니까?"

"그대가 묻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다."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다. 또 한 스님이 물었다.

"빛깔을 보고 마음을 밝히고 소리를 듣고 도를 깨친다 하는데, 무엇이 밝힐 그 마음입니까?"

스님께서 불자를 들어 세우시니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깨칠 그 도입니까?"

스님께서 대뜸 악! 하고 할을 하시자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다.

이어서 스님께 말씀하셨다.

"본래 맺음이 없는데 무엇을 풀겠는가. 풂이 없이 때를 따라 도의 흐름을 보인다. 허공을 쳐부수어 조각조각 내어도, 독한 막대기의 그 독은 거두기 어렵도다. 언젠가 어깨에 메고 산으로 가서 그대로 천봉 만령 꼭대기에 들어가면 부처와 조사는 보고 두려워 달아나리니, 자유로이 죽이고 살리기 실수가 없다.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물건이 아니며, 천지를 뒤흔드는 그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 소리를 꽉 밟고 있다가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장자를 들고 "보는가!" 하고는 다시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듣는가! 만일 분명히 보고 환히 들을 수만 있으면, 산하대지와 삼라만상, 초목총림과 사성육범 (四聖六凡) , 유정무정 (有情無情) 이 모두 얼음녹듯 기왓장 부숴지듯 할 것이니, 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선 (禪) 인가 도 (道) 인가, 범부인가 성인인가, 마음인가 성품인가, 현 (玄) 인가 묘 (妙) 인가, 변하는 것인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또 한 번 내리치고는 말씀하셨다.

"선이라고도 할 수 없고 도라고도 할 수 없으며, 범부라고도 할 수 없고 성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라고도 할 수 없고 성품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현이라고도 할 수 없고 묘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변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무엇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것도 될 수 없으니 모두 아니라면 결국 무엇이란 말인가.

알겠는가. 안다면 부처님 은혜와 임금님 은혜를 한꺼번에 갚을 수가 있겠지만 혹 그렇지 못하다면 한마디 더 하리라. 즉 참성품은 반연 (攀緣) 을 끊었고, 참봄 〔眞見〕 은 경계를 의지하지 않으며, 참지혜는 본래 걸림이 없고, 참슬기는 본래 끝이 없어서 위로는 모든 부처의 근원에 합하고 밑으로는 중생들의 마음에 합한다. 그러므로 `곳곳이 진실하여 티끌마다 본래의 사람이다. 실제로 말할 때는 소리에 나타나지 않고 정체는 당당하나 그 몸은 없다'고 말한 것이다. 대중스님네들이여, 무엇이 그 당당한 정체인가?"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치고 "이것이 당당한 정체라면 어느 것이 주장자인가?" 하시고 다시 한 번 내리친 뒤 "이것이 주장자라면 어느 것이 당당한 정체인가?" 하시고는 드디어 주장자를 던져버리고 말씀하셨다.

"쌀 한 톨을 탐내다가 반년 양식을 잃어버렸다. 대중들이여, 오래 서 있었으니, 몸조심들 하여라."

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4. 해제 (解制) 에 상당하여

 

스님께서 법좌에 올라가 말씀하셨다.

"4월 15일에 결제에 들어가 7월 15일이 되어서 해제를 하니 납자들은 모였다 흩어진다. 봄은 가고 가을이 오니 새로움과 낡음이 변하는구나."

주장자를 쑥 뽑아들고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이것이 맺음인가 풂인가, 모임인가 흩어짐인가, 가는 것인가 오는 것인가, 새것인가 옛것인가, 변하는 것인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주장자로 한 번 내리친 뒤에 말씀하셨다.

"맺음이라고도 할 수 없고 풂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모임이라고도 할 수 없고 흩어짐이라고도 할 수 없다. 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새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옛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변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무엇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무엇이란 말인가?"

주장자를 던지고는, "눈을 치켜뜨고 자세히 보라. 이것은 진실로 분명한 주장자이니라. 몸조심들 하거라" 하셨다.

 

5. 내원당에서 보설 〔入內普說〕

 

"부처의 참법신 〔眞法身〕 은 마치 허공과 같아, 물 속의 달처럼 물건에 따라 형상을 나타낸다."

불자를 세우고는 말씀하셨다.

"석가께서 여기 이 산승의 불자 꼭대기에 와서 묘한 색신 (色身) 을 나타내고 큰 지혜광명을 놓으며 큰 해탈문을 여는 것은 오로지 우리 성상 폐하의 만만세를 위해서이니 백천의 법문과 한량없는 묘한 이치와 세간, 출세간의 모든 법이 다 이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보십니까? 만일 환히 볼 수 있으면 산하대지와 삼라만상, 초목총림과 사성육범, 모든 유정무정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얼음처럼 녹고 기왓장처럼 부숴지는 것을 볼 것입니다.

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선 (禪) 도 없고 도 (道) 도 없으며, 마음도 없고 성품도 없으며, 현 (玄) 도 없고 묘 (妙) 도 없어서 적나라하고 적쇄쇄 (赤洒洒) 하여 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해 나간다면 다시 짚신을 사 신고 30년 동안을 행각하여도 납승의 기미는 꿈에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말해 보십시오. 납승의 기미가 무엇이 대단한지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밤이 고요하매 두견새는 이 뜻을 알아, 그 한 소리가 취미 (翠微:산허리. 또는 먼 산에 엷게 낀 푸른 빛깔의 기운) 속에 있구나."

 

6. 소참 (小參)

 

"한 걸음 나아가면 천지가 가라앉고 한 걸음 물러서면 허공이 무너지며,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으면 숨기운은 있으나 죽은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떻게도 할 수 없으며 결국 어찌해야 하는가. 말할 사람이 있는가. 있거든 나와 보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어름어름하는 사이에 10만 8천리가 될 것이다" 하시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내리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7. 제야 (除夜) 에 소참하다

 

"텅 비고 밝은 것 〔虛明〕 이 활짝 드러나 상대도 끊고 반연도 끊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영산회상에서는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고, 소림 (少林) 에서는 밤중에 눈에 섰다가 마음이 편해졌던 것이니, 겁외 (劫外) 의 광명을 꺼내서 본래면목을 비추어 보라."

불자를 세우고 "이것이 본래면목이라면 어느 것이 불자인가?" 하시고는 또 세우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불자라면 어느 것이 본래면목인가? 여러분은 아는가. 여기서 당장 의심이 없어지면 섣달 그믐날에 허둥거리지 않을 것이나, 만일 의심이 있으면 지금이 바로 그 섣달 그믐날이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낙찰을 보는 것인가."

불자를 들고는, "한 가닥 끄나풀〔絡索〕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며 현재에도 그렇다. 오늘밤은 묵은해는 가지 않았고 새해는 오지 않았으니, 바로 이런 때 말해 보라. 묵은것, 새것에 관계없는 그 한마디는 무엇인가" 하시고, 불자를 던진 뒤에 말씀하셨다.

"묵은해는 오늘밤에 끝나고 새해는 내일 온다. 몸조심들 하시오."

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8. 자자일 (自恣日) 에 조상서 (趙尙書) 가 보설을 청하다

 

"깨닫는 성품은 허공과 같거늘 지옥․천당이 어디서 생기며, 부처의 몸이 법계에 두루하거늘 축생과 귀신이 어디서 오겠습니까. 스님네든 속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할 것 없이 여러분이 나서 죽을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짓는 선․악을 다 법이라 합니다.

무엇을 마음이라 합니까. 마음은 여러분 각자에게 있는 것으로서, 자기라 부르기도 하고 주인공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언제나 그것에게 부려지고 어디서나 그것의 계획을 따르는 것입니다. 하늘을 이고 땅에 서는 것도 그것이요, 바다를 지고 산을 떠받치는 것도 그것이며, 그대에게 입을 열고 혀를 놀리게 하는 것도 그것이요, 그대에게 발을 들고 걸음을 걷게 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이 마음은 항상 눈앞에 있지만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마음을 먹고 찾되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멀어지는 것입니다.

안자 (顔子) 의 말에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며, 바라볼 때는 앞에 있더니 어느 새 뒤에 있다' 한 것이 바로 그 도리인 것입니다.

한 생각도 생기기 전이나 한결같이 참되어 망념이 없을 때에는, 물들음 없는 옛거울의 빛처럼 깨끗하고 움직임 없는 맑고 고요한 못처럼 밝아서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나타나고 한인 (漢人) 이 오면 한인이 나타납니다. 하늘과 땅을 비추고 예와 지금을 비추되 털끝만큼도 숨김이 없고 털끝만큼도 걸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부처와 조사들의 경계며 또 여러분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써도 써도 다하지 않는, 본래 가진 물건입니다.

오늘 명복을 비는 조씨의 영혼과 먼저 돌아가신 법계의 혼령들과 이 자리에 가득한 사부대중은 무슨 의심이라도 있습니까. 만일 있다면 다시 한 끝을 들어 보이겠습니다."

죽비를 들고, "이것을 보십니까" 하시고는 다시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이 소리를 듣습니까? 보고 듣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여기에서 분명하여 의심이 없고 또 우리 부처님의 우란 (枳蘭) *의 힘을 입으면, 고통이 없어지고 즐거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못되어도 천궁 (天宮) 에 나고 잘되면 불국 (佛國) 에 날 것입니다.

오늘 이 법회를 마련한 시주 조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을 위해 갖가지 불사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런 공덕에 어떤 죄가 멸하지 않고 어떤 업이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복이 생기지 않고 어떤 선 (善) 이 자라지 않겠습니까. 그 때문에 결국은 불국에 왕생하고, 그 때문에 결국은 본래면목을 환히 볼 것입니다.

다시 게송 한 구절을 들으십시오.

 

얼음 전부가 물인즉 물이 얼음 되니

옛 거울은 갈지 않아도 원래부터 빛이 있었네

바람이 절로 불어 티끌이 절로 일지만

본래면목은 당당하게 드러나 있네.

全氷是水水成氷 古鏡不磨元有光

風自動兮塵自起 本來面目露堂堂

 

몸조심들 하십시오."

 

9. 보설 (普說)

 

스님께서는 법좌에 올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일심으로 굳이 설법을 청하므로 산승이 이 자리에 올라왔다. 대중은 잠자코 이 설법을 들으라. 이 눈앞에 분명하고 역력하여 설법을 듣는 자는 그 누구며, 합장하고 묻는 이는 그 누구며, 머리 숙여 절하는 이는 그 누구인가. 여러분은 각자 점검해 보라.

여러분은 `설법을 듣고 아는 것은 바로 나 주인공이다'라고 말하지 말아라. 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묻겠다. 만일 그것이 주인공이라면 그것은 긴가 짧은가, 아니면 큰가 작은가. 그 면목은 어떠며 그 모양은 어떠며 그것은 어디서 안신입명 (安身立命) 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분명히 알고 분명히 보며 분명히 말한다고 한다면, 나는 다시 여러분에게 묻겠다. 알아내고 보아내는 그 주인공이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조사님네도, `그것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대들은 말해 보라.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라면 결국 그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만일 깨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산에서 1만 2천 담무갈 (曇無竭:항상 般若波羅蜜多經을 설하였다는 보살) 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며, 어떻게 1만 2천 보살이 항상 말하는 반야를 들을 수 있겠는가. 다만 높이 솟은 기이한 바위와 우거진 소나무․잣나무들만을 볼 것이니, 우리 임제 (臨濟) 의 정통종지와 무슨 관계가 있겠으며 그것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여러분은 부디 물러서지 말아라. 임제도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섰으며, 여러분도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우뚝하여 털끝만큼도 다르다거니 같다거니 하는 모양을 찾을 수 없다. 이미 우리 문중의 종자라면 같든지 다르든지 정법안장을 없애버리고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든지 누가 상관하겠는가.

그러면 임제의 정통종지를 어떻게 붙들어 일으키겠는가. 3현 (三玄) ․3요 (三要) 를 붙들어 일으키겠는가. 4료간 (四料揀) ․4빈주 (四賓主) ․4할 (四喝) 인가. 그런데 그 할은 죽 먹은 기운으로 하는 것이니, 누가 그것을 몰라 임제의 정통종지라 하겠는가. 비록 `한 번의 할에 빈주 (賓主) 를 나누고 조용 (照用) 을 한꺼번에 행한다. 그 속의 뜻을 알면 한낮에 삼경을 치리라'고 말했지만, 그 말로 여러분은 속일 수 있지만 이 산승은 속이지 못한다. 여러분, 자세히 점검해 보아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한 번 할 (喝) 한 뒤에 말씀하셨다.

"형상이 생기기 전에도 빈주와 조용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이 할이 사라진 뒤에도 조용과 빈주가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할을 하는 그 순간에는 빈주와 조용이 할 속에 있는가 할 밖에 있는가. 아니면 그 속에도 있지 않고 바깥에도 있지 않은가."

또 한 번 할하고 말씀하셨다.

"도리어 그 가운데의 뜻을 한꺼번에 말해버렸다. 산승의 이런 판결이 과연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켰는가.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코 조용과 4료간․4빈주․4할․3현․3요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아무 데도 있지 않다면 도대체 그것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오직 여러분 당사자 〔¿上〕 에게 있다.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자기에게 있다는 그 하나 〔一着子〕 는 하늘에 두루하고 땅에 가득하지마는, 3세의 모든 부처도 역대의 조사도 천하의 선지식들도 감히 바른 눈으로 보지 못하니 중요한 것은 그 당사자가 그 자리에서 당장 깨닫는 길뿐이다.

그러므로 선배 큰 스님네들은 그대들이 그대로 당장 깨달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방편을 드리워 그대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그 화두를 참구하게 한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조주스님은 `없다 〔無〕 ' 하였으니, 그것은 벌써 있는 그대로 드러낸 〔和槃托出〕 것이다. 그대들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 죽은 말을 고치는 의사처럼 그대들에게 구구하게 무 (無) 라는 것을 가르치되, 먼저 4대․5온․6근․6진과 나아가서는 눈앞에 보이는 산하대지와 밝음과 어두움․색과 공․삼라만상과 유정무정 등 모두를 하나의 `무'자로 만들어 한결같이 그것을 들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다니면서도 그것을 들고, 앉거나 눕거나 자거나 밥을 먹는 등 어디서나 그것을 들되, 끊임없이 빈틈없이 한 덩이로 만들게 한 것이다. 바늘도 갈구리도 들어가지 않고 은산철벽 (銀山鐵璧) 과 같아 모르는 결에 한 번 부딪쳐 자기에게 있는 그 하나를 뚫으면, 깨닫기를 기다리지 않고 저절로 환히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면목도 알게 되고 4대가 흩어져 어디로 가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이 산승이 여러분들을 속인 곳도 알게 되고, 지금까지 조사님네들이 천차만별로 틀린 곳도 알게 될 것이니, 이렇게 모두들 환히 아는 것이 바로 임제의 정통종지를 붙들어 일으키는 경계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세상법과 불법에 조금도 틈이 없어 3현․3요․4료간․4빈주․4할과 4대․5온․6근․6진․산하대지․삼라만상 등 모든 법이 다 임제의 정통종지임을 그대로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법도 임제의 정통종지 아닌 것이 없어 붙들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날 것이다. 그런 뒤에는 버려도 되고 세워도 되며 내가 법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재할 것이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10. 욕불*상당 (浴佛上堂)

 

스님께서는 향을 사른 뒤에 법좌에 올라, 세존께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려오실 때에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시면서, `천상천하에 오직 나만이 높다' 하신 말씀을 거론하고 말씀하셨다.

"대중스님은 아는가. 괴상한 것을 보고도 의심하지 않으면 그 괴상함이 스스로 물러간다. 싣달태자가 처음 태어난 이 날에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풍파를 일으켰다. 여러가지 괴상한 일을 만들어내 자손들의 눈 속에 모래를 끼얹으면서 해마다 오늘 8일에 이른다. 한 동이의 향수로 그 흔적을 씻지만, 아무리 씻고 씻은들 그 티끌이 다할 수 있겠는가. 나귀해〔驢年:12간지에도 없는 해) 가 될 때까지 씻고 또 씻어 보아라."

선상을 세 번 내리친 뒤에 잇달아 말하기를, "대중스님네여, 각기 위의를 갖추어 다 함께 부처를 씻습시다"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결제에 상당하여

 

스님은 향을 사뤄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또 향을 들고 말하였다.

"이 향은 오래 전에 얻은 것으로 이제껏 사른 일이 없었다. 이제 보암 (普庵) 장로를 통해 신표의 가사를 전해 왔으므로 향로에 사루어서 보지 못한 이에게 보게 하고 듣지 못한 이에게 듣게 하여 삼가 서천 (西天) 의 108대 조사 지공 (指空) 대화상에게 법유 (法乳) 로 길러주신 은혜를 갚으려 하는 것이다."

그 향을 꽂고는 법좌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은 천하 총림이 결제에 들어가는 날이오. 청평산 (淸平山) 비구 나옹은 이름도 없고 글자나 형상도 없으며, 미오 (迷悟) 도 없고 수증 (修證) 도 없으면서, 해같이 밝고 옷칠같이 검은 이 한 물건을 여러분의 면전에 흩어두리라. 북을 쳐서 운력이나 하거라. 여러분은 알겠는가. 만일 알 수 없다면 다시 이 소식을 드러내겠다."

주장자를 들고 "보았는가" 하시고 한 번 내리치고 말씀하셨다.

"들었는가. 보고 들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당장 의심이 없어지면, 중이거나 속인이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산 사람이거나 죽은 사람이거나 계단을 거치지 않고 저쪽으로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긴 기간 짧은 기간의 결제와 해제가 있겠는가. 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석달 90일 안거하는 동안에 주장자 꼭대기를 꿰매고 포대 아가리를 묶고는 세 서까래 〔三條椽〕 * 밑과 일곱 자 단 〔七尺單〕 * 앞에서 금강권 (金剛) *을 떨쳐내고 율극봉 (栗棘蓬) *을 삼킨다면, 또 꿈속의 불사를 짓고 거울 속의 마군을 항복받아 3업이 청정하고 6근이 깨끗하여 행주좌와 (行住坐臥) 에 아무 허물이 없으며, 조사의 자리를 이어받아 영원히 끊이지 않게 한다면 어찌 참으로 출가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늘 신 (申) 씨가 명복을 비는 신군평 (申君平) 과 여러 영혼들은 이 공덕을 받을 것이니, 무슨 죄인들 면하지 못하고 무슨 고통인들 벗어나지 못하겠는가. 그리하여 시방 불국토에 마음대로 왕생하여 어디서나 즐거울 것이니 어찌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불자를 세우고는, "이 하나는 닦고 깨닫는 데 〔修證〕 에 들어가는가, 닦고 깨닫는 데 들어가지 않는가?" 하시고 불자를 던지면서 "눈 있는 납승은 스스로 한 번 볼 일이다"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2. 달마상에 점안하며 〔達磨開光祝筆〕

 

스님께서 붓을 들고 말씀하셨다

"이미 가섭으로부터 28대 조사들이 다 눈을 갖추어 6종 (六宗:육사외도) 을 항복받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달마에게 또다시 점안 (點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말할 사람이 있는가. 말할 수 있다면 달마를 위해 숨을 토할 뿐만 아니라, 온 법계의 중생들에게도 이익을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말할 수 없다면 게송 한마디를 들어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가리켜 성품을 밝게 보게 했나니

노호 (老胡:달마) 는 놓을 줄만 알았고 거둘 줄을 몰랐다

그로부터 눈병이 나서 헛꽃이 피어

헛꽃이 온 세계에 어지러이 떨어졌다

쉬지 않고 어지러이 떨어지는 헛꽃이여

아득하고 막막해라. 길은 멀고 멀구나.

眞指人心明見性 老胡知放不知收

從玆眼病空花發 徧界紛紛翳亂墜

翳亂墜兮自不休 杳杳冥冥路轉遙

 

붓으로 점을 찍고 말씀하셨다.

"오늘 그에게 옛 광명을 보태 주니 푸른 눈동자에 형형한 빛이 하늘에 사무친다."

 

13. 지공화상 생일에

 

스님께서 화상의 진영 앞에 나아가 말씀하셨다.

 

얼굴을 마주 대고 친히 뵈오니

험준한 그 기봉 (機鋒) 에 모골 (毛骨) 이 시리다

여러분, 서천 (西天) 의 면목을 알려 하거든

한 조각 향 연기 일어나는 곳을 보라.

驀而相逢親見徹 機鋒嶮峻骨毛寒

諸人欲識西天而 一片香烟起處看

 

향을 꽂고는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말해 보시오. 서천의 면목과 동토의 면목이 같은가 다른가. 비록 흑백과 동서는 다르다 하나, 뚜렷한 콧구멍은 매한가지니라."

 

 

14. 지공화상 돌아가신 날에

 

1.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왔어도 온 것이 없으니 밝은 달 그림자가 강물마다 나타난 것 같고, 갔어도 간 곳 없으니 맑은 허공의 형상이 모든 세계에 나누어진 것 같다. 말해 보라. 지공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향을 사른 뒤에 다시 말씀하셨다.

"한 조각 향 연기가 손을 따라 일어나니, 그 소식을 몇 사람이나 아는가."

 

2.

날 때는 한 가닥 맑은 바람이 일고

죽어가매 맑은 못에 달 그림자 잠겼다

나고 죽고 가고 옴에 걸림이 없어

중생에게 보인 몸에 참마음 있다

참마음이 있으니 묻어버리지 말아라

이때를 놓쳐버리면 또 어디 가서 찾으리.

生時一陣淸風起 滅去席潭月影沈

生滅去來無罣礙 示衆生體有眞心

有眞心休埋沒 此時蹉過更何尋

 

3.

스님께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천검 (千劍) 을 모두 들고 언제나 활용하니

황제가 그를 꾸짖어 종 〔奴〕 을 만들었다

평소의 기운은 동쪽 노인을 누르더니

오늘은 무심코 한 기틀을 바꾸었다

바꾼 그 기틀은 어디 있는가.

千劍全提常活用 皇王罵動作奴之

平生氣壓東方老 今日等閑轉一機

轉一機何處在

 

향을 꽂고 말씀하셨다.

"지공이 간 곳을 알고 싶거든 부디 여기를 보고 다시는 의심치 말라."

 

4.

스님께서 향을 들고 말씀하셨다.

 

푸른 한 쌍 눈동자에 두 귀가 뚫렸고

수염은 모두 흰데 얼굴은 검다

그저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갔을 뿐

기괴한 모습이나 신통은 나타내지 않았다

혼자서 고향길 떠나겠다 미리 기약하고서

말을 전해 윤제궁 (輪帝宮) 을 알게 하였다

떠날 때가 되어 법을 보였으나 아는 이 없어

종지를 모른다고 문도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엄연히 돌아가시매 모습은 여전했으나

몸의 온기는 세상과 달랐다

이 불효자는 가진 물건이 없거니

여기 차 한 잔과 향 한 조각 드립니다.

碧雙瞳穿兩耳 髫須胡兮面皮黑

但恁麽來恁麽去 不露奇相及神通

預期獨往家鄕路 傳語令知輪帝宮

臨行垂示無人會 痛罵門徒不解宗

儼然遷化形如古 徧體溫和世不同

不孝子無餘物 獻茶一盌香一片

 

그리고는 향을 꽃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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