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후유증?......암환자 급증
태안 암환자 속출은 ‘무관심’에 대한 피 끓는 외침
박엘리 | 입력 2010.03.20 08:31 |
충남 태안 소원면 파도리에서 과거엔 암 환자가 1~2명 정도였는데 기름유출 이후 확인된 암 환자가 14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문제제기 된 이후 기름유출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파도리는 358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총 인구는 817명이며 현재 암으로 입원 중인 주민은 3명이고 암 진단을 받고 집에서 통원 치료 중인 주민은 11명 정도다. 파도리 최장렬 어촌계장은 고압세척기로 방제작업을 하면 헝겊 마스크에 거즈 손수건을 하나 앞에 대고 쏘게 되는데 기름이 분쇄가 돼 결국 쏜 사람이 다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파도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지도를 보면 항아리 모양으로 돼 있는데 내륙에서는 바람이 불면 기름냄새가 항상 뱅뱅 돌고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최장렬 어촌계장은 “생존해 있는 사람 중 암 환자가 14명이지 2년 동안 사망한 주민은 32명으로 그 중 방제작업에 참가했던 사람은 20명이나 된다”며 “특히 기름 유출 이전에 1년에 암환자가 1~2명 있었지만 기름 유출 이후에는 4~50대의 젊은 나이에도 암 발병이 늘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주민들에게서 발병한 암의 종류는 피부질암, 위암, 전립선암, 뇌암, 폐암 및 골수암 등 질환자별로 각기 다양하며 기름성분 흡입으로 발병 가능한 폐암환자는 2명에 불과하다며 기름유출 사고가 암환자 발생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된 지 5~10년이 지나야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학소견인만큼 원인파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교수는 이에 대해 “암은 급성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진단할 수 있는데까지 걸릴 수 있는 시간이 긴 것은 맞다”며 “암 발생이 늘어났다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2년 전에 비해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진단율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기름유출 때문인지는 역학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기름이 원인인지 증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물질은 각종 음식물, 흡연, 음주, 대기중 등 다양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름 유출이 정말 주민들에게 암을 일으켰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방제작업 때 근로자로 고용됐지만 노임도 못 받고 있는 등 주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런 문제가 제기 됐다는 것이다. 기름 공화국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수없이 유출사고를 반복해오면서 얻은 교훈들은 ‘사고발생시 우선 발뺌하기’와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봉사활동에 참가해 바다를 살리기’, ‘건강에 미친 영향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음’이었다. 지난 1월24일 2년 전 기름유출사고의 주범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56억원의 책임제한 결정 2심이 서울고등법원을 통과했다. 56억 원으로는 2년간 1퍼센트도 보상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단 돈 만원도 주지 못한다. 지난 2007년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피해민연합회 위원장이었던 성모(53)씨는 반지하 자택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했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성 씨가 파도리에서 양식장을 운영했지만 기름유출로 큰 피해를 입었고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렇듯 피해주민들은 아직도 ‘검은 공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연구 용역 예산을 줄이는 등 넋 놓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최장렬 어촌계장은 “병원비가 몇 천만 원씩은 예사로 들어가도 배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40억이나 들여서 역학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사람이 죽어 나가든 말든 역학조사만 계속 하고 있다”며 “역학조사는 암환자 데려다놓고 물어보고 나서 글씨 쓰는 게 다인데 시프린스호 때 조사를 안 하고 뭐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단국대 의대예방학교실 하미나 교수는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때는 역학조사가 전혀 없었고 이제 10년이 넘었으니 지금쯤 역학조사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도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며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태안 환경보건센터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사업비가 없고 겨우 운영비 정도 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1단계 사업이 끝나가지만 계속지원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암발생에 대한 예방과 건강대책을 본격적으로 세워야 하며 장기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백운석 과장은 “그간 암 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 새롭게 대두된 것이기에 개연성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며 만약 개연성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역학조사를 위한 설계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메디컬투데이에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