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그리고 화냥년
최종병기 활 그리고 화냥년
최근 잘나가는 영화 활을 보았다. 시간을 화살처럼 보내게 해주는 오락 영화다.
먼저 본 우리 딸은 재미없다고 한다. 흥행은 고공행진.... 그래서 최종적으로
활을 보기로 했다.
스토리는 전혀 없는 영화. 아! 이래서 딸이 잼없다고 했구나...
예고편만 봐도 답이 나오는 전형적인 오락 영화다.
납치된 여동생 구하러 압록강 넘어가 적들을 다 쓰러트리고 돌아오는 영웅담.
뻔한 스토리지만 관객을 끌어들인 요인은 소재의 신선함이다.
활이 최고의 무기라는 것의 증명, 국난의 시기에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는 건
국가가 아니라 백성들 자체라는 주제. 역적으로 몰려 몰락한 한 사내가
치욕을 당한 국가를 대신해 복수를 해준다.
이영화의 미장센에 숨어있는 복수 중 하나가 문채원을 범하려는 자가 청국의
왕자이고 문채원은 절개로 버틴다. 그리고 박해일이 왕자를 불태워 죽임으로써
임금이 무릎을 꿇고 항복한 우리 역사상 초유의 치욕을 앙갚음 한다.
그리고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청나라 최정예부대를 박해일이 홀로 한 자루
활을 가지고 저승으로 보내 버리는 부분에서 묘한 민족적 자부심과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이다.
사람들이 그래서 이 영화를 찾는 거다. “국가가 내게 해준 게 뭐냐?”는 한
개그맨의 외침이 이 나라 서민들의 공감을 얻은 것처럼 국가가 버린 백성을
역적의 아들이 구하는 미장센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관객의 비장함과 애절함을
불러일으키는 거다.
영화의 서두에 자막으로 “외교에 능한 광해군이 죽고 외교에 무능한 인조가
즉위하면서 청의 분노를 사서 병자호란이 일어났다“고 나온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권력싸움으로 나라를 망친 성리학자들과
고통 받았던 여자들의 아픔을 생각해보았다.
역사는 이혼(李琿) 이라는 문무를 겸비한 재능있던 왕을 광해군이라는
이름으로 매장시켜버렸다. 살인마에 미친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고....
명나라만을 대국으로 숭상하는 보수파 그중 서인 세력이 인조반정을
일으켜 그를 축출했다. 광해군은 실리외교로 여진족의 나라 후금(後金)과
명나라 사이에 중립외교를 취했는데, 이것이 친명(親明)세력에 구실을
제공한거다. 꼭두각시 인조는 청나라 (세력이 강성해진 후금이 청으로
국호를 바꿈)를 개무시를 했고, 명나라를 치려고 준비중인 청은 눈의
가시가 되어버린 조선을 도륙해 놓고 명나라로 치고 들어가 대청제국
(大淸帝國)을 세운다. 인조는 강화도에서 일개 장군에게 무릎을 꿇고
목숨을 애걸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조선의 무수한 여자들이 청으로 끌려갔다.
이후 청은 해마다 여자들을 요구해 왔으며, 정신 나간 인조와 서인세력은
지들 살고자 해마다 공물로 여자 수 백명씩 청으로 보냈다.
납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리 여자들을 소위 뇌물로 성상납을 한거다.
그 여자들의 희생으로 조선이라는 국가를 유지했다.
그런데 공물로 팔려간 이 여자들이 사면이나 탈출 등으로 조선으로 귀환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들을 사람들은 환향녀(還鄕女 :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고
부르며 그녀들을 창녀취급을 했다. 유학자들은 몸을 버렸으면 자결을 해야지
왜 돌아왔냐고 욕을 했고, 고향에서 온갖 모멸과 냉대를 받으며 죽어갔다.
환향녀가 후일 화냥년이라는 음운변화를 일으켜 오늘날 까지 욕이 되었다.
환향녀 빨리 발음해보라 !
국가가 몸을 망치고 순결을 잃게 해놓고 더러운 년이라고 욕하는 현실.
불과 이삼백년 후 해방이 된 우리나라는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몸을 망친
정신대 여자들에게 화냥년이라고 불렀다. 이승만 박정희 등등 정권에서도
똑같은 짓거리를 한거다. 김대중 정권 때 비로소 정신대문제가 제기된 거다.
화냥년의 역사가 시작된 인조의 시기. 유교 양반 정치가들의 더러운 심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오버랩 된다.
영화 끝에 문채원과 오빠 박해일 그리고 약혼자는 압록강을 건너 고향으로
온다. 그 순간 나는 화냥년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조국에 배신과 모욕을
당한 여성들.....
국왕의 칭호에 조(祖)라고 붙이는 경우는 나라를 세운 경우다.
그래서 이성계를 태조라고 부른다. 기타는 종(宗)을 쓴다. 세종 태종처럼.
그런데 역사상 지가 나라를 세운 것처럼 조자를 쓴 인물들이 있다.
조카 단종과 형제들을 도륙하고 왕이된 수양대군은 새로이 나라를 세웠다고
자칭하면서 세조라 불리게 된다. 기실 그가 죽인 사람들 숫자가 광해군 연산군이
죽인 숫자의 몇 배이다. 그리고 임진왜란의 주역인 띨띨이 선조는 변란에서
나라를 구했다고 뻔뻔하게 선조라고 불렷다. 의병들이 아니었으면 끝난 나라이다.
이순신을 감옥에 넣고 고문까지 한 쪼다 왕이 조(祖)자를 버젓이 단다.
이것에 재미 붙였나? 병자호란 부르고 일개 장군에게 무릎을 꿇은 인조도
나라를 구했다고 조(祖)자를 자랑스레 붙인다. 이쯤되자 이후에는 영조 정조 순조
등 조(祖)자는 개나 소나 붙이는 이름이 되었다가 나라가 망조로 가는 시기에
헌종 철종 고종으로 바로잡았으나 순종때 순순히 나라를 일본에 빼앗겨 버렸다.
이 영화와 연결된 재밌는 역사의 비화. 청이 우리민족의 나라이다.
여진족은 원래 고구려 발해의 유민 집단이다. 그들이 나라를 금(金) 후금(後金)
이라 부른 이유가 귀족과 왕족 집단이 전주 김 씨이기 때문이다.
청나라의 왕족들이 전주김씨 사당을 참배하고 간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우리 영토를 압록강 이남으로 정해진 통일신라이후 민족의 비극이 지속된 것이다.
그래서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고구려가 통일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거다.
중원을 정복하겠다는 고구려의 꿈을 전주김씨들이 이룩한 거다.
그러면 이것이 왜 비사(秘史)가 되냐 하면, 일가를 창립한 사람들이
새로운 족보를 만드는 과정과 같기 때문이다.
대 제국을 건설한 청이 자기의 뿌리를 조그만 속국이라고 하겠는가?
일본의 천황이 백제 왕족이라는 사실도 공공연한 비밀이며, 김대중 정권 때
일본의 공주가 한국에 와 백제의 유물을 보면서 “우리 조상 할아버지의 물건들이다”라고
해서 일본 측 수행원들을 질겁하게 만든 일화도 있다.
이 영화에서 한반도에서 권력욕에 미친 정치가들을 오버랩하는 것은 나의 오버인가?
2011년 9월 4일 ... 自由 .... 紫霞仙人 遊於世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