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환 철학연구소 2014. 1. 1. 14:34

고소공포증 acrophobia

 

 

정의

높은 장소에 대해 국한된 공포를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공포는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이고,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하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유발된다. 높은 곳에 가면 예외 없이 즉각적인 불안 반응이 나타나고, 심하면 공황발작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환자 본인은 이러한 공포가 너무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이나 기타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다. 청소년기 이전에는 유사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18세 이하에서는 최소한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어야 고소공포증 진단의 조건이 된다.

고소공포증은 특정한 상황에 유발되는 공포증으로, 특정공포증의 상황형에 속한다. 상황형 공포증의 연령별 발생 분포를 보면 쌍둥이 봉우리 형태로, 소아기 혹은 20대 중반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형 공포증은 광장공포증을 동반한 공황장애와 비교했을 때, 성 비율, 가족성 경향, 발생 연령 분포가 비슷하다.

 
원인

가족력 연구들을 보면 유전의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분명하지 않다. 공포증의 소인을 이미 갖고 태어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발병하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다른 불안장애들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매개하는 신경회로의 이상이 특정공포증의 발병에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편도(편도체; amygdala)라는 부위의 과도한 활성화가 발병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거세공포, 근친상간에 대한 욕망과 공포가 내적 갈등을 유발하고, 이에 대한 경고의 신호로서 공포증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학습 이론에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포반응 행동을 보고 배우거나, 부모가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 학습되어 공포증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증상

높은 장소에 직면할 때, 혹은 그런 상황을 예견할 때 현저하고 지속적이며,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경험한다. 청소년 및 성인 환자들은 그들의 두려움이 너무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임을 아는 경우도 있다. 공포반응은 공포자극과 가까운 정도, 피할 수 있는 가능성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공포반응이 심해지면 공황발작을 경험하기도 한다.

 
진단

과도한 공포반응이 있으며, 이러한 공포반응이 높은 장소에 국한되어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공포로 인해 개인의 기능에 뚜렷한 손상을 입었는가, 심한 고통의 원인이 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높은 곳에 대한 공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외의 장소에서는 활동의 제한이 전혀 없거나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고소공포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즉, 높은 장소에서 심한 공포를 느낀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병적인 공포증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높은 장소에 대한 과도한 회피 반응, 혹은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 높은 장소에 있는 상황을 미리 예상하며 느끼는 극도의 공포나 불안)이 동반되어 일상적인 활동, 직업(학업) 기능, 사회 활동, 대인 관계 등에 심각한 방해가 되거나, 평상시에도 고소공포증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과도하게 지속되는 경우에만 정신과적인 고소공포증이라 진단할 수 있다.

 
검사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와 같은 객관적 인성검사, 로르샤하 검사(Rorschach test)와 같은 투사적 인성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으나, 진단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다. 환자의 증상 호소를 자세히 듣고 현재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

행동치료 기법 중 노출 요법, 그중에서도 체계적 탈감각(systemic desensitization)이 흔히 사용된다. 불안을 일으키는 자극 중 가장 약한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강한 자극에 반복 노출하여 공포 반응을 점차 줄여가는 기법이다. 혹은 홍수법(flood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한 번에 매우 강한 자극에 노출시켜 공포반응이 소실될 때까지 지속하는 기법이다. 최근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가상 노출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 외에 최면 치료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약물치료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황발작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불안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행동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 어린이 환자에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가 효과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경과/합병증

대개 만성적이나, 중년 이후 약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소아기 혹은 성인기 초기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공포증 전반에 대한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치료를 받아 초기에 증상이 완전히 소실된 사람들 중 약 반 정도는 10년에서 16년 안에 증상을 다시 겪는다고 한다.

 
예방방법

특별한 예방법은 없으나, 양육 과정에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생활 가이드

환자의 증상에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지적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며 환자를 비난하는 것은 금물이다. 포용적인 태도로 환자가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식이요법

고소공포증과 관련한 식이요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