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환 철학연구소 2014. 9. 15. 09:11
맥주와 팝콘
 

 

맥주를 뜻하는 비어(beer)의 어원은 두 가지 설이 있다. ‘마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비베레(bibere)와 ‘곡물’을 뜻하는 게르만어 베오레(bior)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2013년 현재 한국 주세법에서 맥주는 “엿기름(밀엿기름을 포함한다.), 홉(홉 성분을 추출한 것을 포함한다.) 및 쌀 ·보리·옥수수·수수·감자·녹말·당분·캐러멜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것과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제성하거나 여과하여 제성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주로 알려져 있고,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 음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맥주는 알코올 성분이 적은 편이나 이산화탄소와 홉의 쓴맛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작용을 돕는 효능이 있다.

맥주의 역사

맥주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전환해 농경생활을 하면서부터 만들어진 음료이다. 기원전 4000년경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곡물로 만든 빵을 분쇄한 다음 맥아를 넣고 물을 부은 뒤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맥주를 제조했다고 한다. 또한 기원전 3000년경부터는 이집트 지역에서도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맥주는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가 중세시대에는 수도원에서 맥주의 양조를 담당했다. 수도사들이 금식기간 동안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8세기경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가 만들어졌고, 10세기경부터는 맥주에 쌉쌀한 맛을 내는 홉을 첨가했다.

맥주는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만든 증기기관은 물의 이송과 맥아의 분쇄, 맥즙의 교반 등에 동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며 맥주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독일의 카를 폰 린데(Carl von Linde)는 냉동기를 발명해 겨울에만 만들 수 있었던 하면발효 맥주를 계절에 관계없이 양조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술이 효모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과 열처리 살균법을 발명했고, 덴마크의 에밀 한센(Emil Hansen)은 파스퇴르의 이론을 응용해 효모의 순수배양법을 개발하면서 맥주의 품질을 높였다.

한국에서 맥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가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 기린맥주(주)가 소화기린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두 맥주회사는 미군정에 의해 관리되었고, 1951년에 민간에 불하되었다. 1992년에는 진로쿠어스맥주(주)가 설립되면서 하이트맥주, OB맥주, 카스맥주 등 3개 회사에서 맥주를 양조했다. 이후 카스맥주가 OB맥주에 인수되었고, 현재는 하이트진로(주)와 OB맥주(주)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맥주의 종류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상면발효(上面醱酵)맥주와 하면발효(下面醱酵)맥주로 크게 나뉜다. 상면발효맥주는 발효 중 탄산가스와 함께 발효액의 표면에 뜨는 성질이 있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이고, 하면발효맥주는 발효 도중이나 발효가 끝났을 때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 사카로마이세스 카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라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이다.

상면발효맥주는 맥아농도가 높고, 10도에서 25도 사이의 상온에서 발효를 하기 때문에 색이 짙고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이다.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 등이 대표적이다. 하면발효맥주는 10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를 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이다. 전세계 맥주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라거(lager)가 대표적이다.

양조법에 따라서는 드라이(dry) 맥주, 디허스크(Dehusk) 맥주, 아이스(ice) 맥주로 구분되고, 살균여부에 따라서는 생맥주와 보통맥주로 나뉜다. 또한 알코올 함량에 따라서 무알코올성 맥아음료, 비알코올성 맥아음료, 라이트 맥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맥주의 원료

맥주는 양조용수·보리·홉 등이 주원료로 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쌀·옥수수·녹말·당류 등을 녹말질 보충원료로 사용하며, 그 비율은 그 나라의 사정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다(독일에서는 1815년 이후 수출맥주 이외의 하면발효맥주에는 부원료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① 양조용수 : 맥주 양조에는 양조용수·제맥아용수 등 좁은 뜻의 양조용수와 기구의 세척·보일러용수·냉각용수를 포함한 넓은 뜻의 양조용수가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맥주생산량의 10∼20배 가량의 물이 필요하다. 양조용수는 맥주의 종류 및 품질을 좌우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무색·무취·투명하여야 하고 함유된 염류나 미량원소들의 조성도 중요하다. 보통 경수(硬水)는 맥주의 색이 짙고 깊은 맛을 내는 스타우트(stout), 에일(ale) 등을 만드는데 적합하고, 연수(軟水)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라거(lager) 등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된다.

② 보리 : 보리를 싹틔워 맥아로 만든 것이 맥주의 주원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맥주용 보리는 두줄보리가 쓰이나 여섯줄보리를 쓰는 나라도 있다. 맥주용 보리는 곡립이 고르고 녹말질이 많고 단백질이 적으며 곡피(穀皮)가 얇고 발아력이 왕성한 것이 좋다.

③ 홉 : 홉은 맥주에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부여하는 중요한 첨가물이다. 맥아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맥주를 맑게 하고 잡균의 번식을 방지하여 보존성을 높여주는 등의 효과도 있다.

맥주의 제조

맥주제조는 먼저 보리를 싹틔워 맥아를 만든 후 맥아와 녹말질 부원료로 맥아즙을 만들고 홉을 첨가해 끓인 후 냉각한다. 이 냉각된 맥아즙에 맥주효모를 넣어 발효시키고 일정기간 저장·숙성한 후 여과하여 바로 제품화하면 생맥주가 되고, 병이나 캔에 넣어 저온살균 처리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맥주가 되는데, 그 공정은 다음과 같다.

① 맥아 : 맥아제조는 보리를 싹틔워 맥아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를 생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수확 직후의 보리는 일정기간 저장하여 충분한 발아력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보리의 휴면 기간이라 한다. 휴면이 끝난 보리는 정선기(精選機)를 통하여 협잡물을 제거하고, 균질한 맥아를 만들기 위하여 알갱이의 크기에 따라 나눈다. 알갱이가 균일한 것으로 골라진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에 필요한 수분을 흡수시킨 후 발아실에 옮겨 습기 있는 공기를 공급해 발아시킨다. 건조를 마친 맥아는 탈근기에 넣어 맥주에 불쾌한 맛을 주는 유근과 먼지를 제거한다. 정제한 맥아는 20℃ 이하에서 습기가 차지 않도록 저장한 후 사용한다.

② 맥아즙 : 맥아즙제조는 맥아의 분쇄, 담금, 여과, 끓임과 홉 첨가, 냉각 등의 공정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정선된 맥아를 분쇄하고 물과 온도를 맞춰 담금 공정을 한다. 이 담금 공정에서 맥아효소의 작용으로 맥아 중의 불용성 물질이 가용성화되고, 전분은 당으로 변하며 침출된다. 담금 공정이 끝나면 맥아즙을 여과기에 걸러내고, 홉을 첨가한 후 끓여준다. 맥아즙을 끓이면 살균 효과는 물론이고, 홉으로부터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이 추출되고 모든 효소의 활성도 없어진다. 끓인 맥아즙은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실로 보낸다.

③ 발효 : 발표는 주발효와 후발효로 나뉜다. 주발효는 전발효라고도 하며 냉각된 맥아즙에 효모를 첨가하여 알코올 발효를 하는 것이다. 후발효는 저장이라고도 하며, 맛의 숙성을 위해 약 0℃에서 1-3개월간 저온으로 발효시키는 것이다.

④ 여과 : 저장탱크에서 숙성된 맥주는 여과해서 투명한 맥주로 만든다. 여과방법은 일반적으로 압착 여과기를 사용해 효모를 제거한 후 필터로 여과시킨다. 여과 후 후발효 탱크에 남은 효모를 회수하여 물로 씻고 정제하여 약용효모로 사용한다.

⑤ 제품 : 여과된 맥주를 열처리하지 않고 제품화한 것이 생맥주이고, 열처리하여 효소나 효모의 활성을 정지시킨 것이 보존성이 높은 보통 맥주이다. 생맥주는 신선한 향미를 즐길 수 있으나 오래 보존할 수 없다. 보통 맥주는 60℃에서 30분간 가온하여 살균하거나 빙점(氷點) 하에서 효모를 제거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