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회가 중니를 만나 여행을 떠나겠다고 청했다. 이에 중니가 물었다.
" 어디로 가려는가?"
" 위나라로 떠나려 합니다."
" 어째서 위나라로 가려 하는가?"
" 제가 듣기에 위나라 왕은 나이가 젊은데다가 행실이 사나워 나라일을 가벼이 경영하고 자기 허물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백성을 죽도록 함부로 내버려 두어 시체가 흡사 연못에 무성한 파초와도 같이 많다고 합니다.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떠나고 어지러운 나라로 들어가라,
어진 의사에게는 환자가 많이 모이는 법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대로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하면 위나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니가 말했다.
" 어허! 자네가 가면 필시 형벌을 받을 걸세. 무릇 도란 번거로움을 멀리 해야 되는 법이네.
복잡해지면 마음이 요동하게 되지. 자기 마음이 흔들리면 근심 걱정에서 구해 낼 수도 없다네. 옛 至人은 먼저 자신이 도를 갖춘 연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아갔다네. 자네 자신도 아직 본래 면목을 회복하지 못했으면서 난폭한 사람의 행동을 어느 겨를에 막겠는가?'
또한 자네는 덕이 어떻게 흩어지고 지식이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지 알고 있는가? 덕은 명예욕으로 인해 유실되고 지식은 경쟁심에서 생기는 법이라네. 명예란 서로를 반복시키고 지식은 경쟁 도구에 불과하지. 명예와 지식은 사람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흉기이므로 세상에 횡행하게 해서는 안 되네.
자네는 후덕하고 신망이 두텁기는 하지만 사람의 기운 변화는 아직까지 간파하지 못하고, 명예와 지식을 얻기 위해 다투지는 않으나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지는 못하지. 그런데도 억지로 仁義 혹은 도덕 규범 따위의 현학적 언사를 사나운 왕 앞에 늘어 놓은 것은 남의 결점을 빙자해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짓이라네. 이런 자를 이름하여 남을 해치는 자라고 하지. 타인을 해치면 그로부터 해침을 당하는 법, 자네도 이와 마찬가지로 해를 입게될 걸세.
또한 위나라 왕이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불초한 자를 미워한다면 그 나라에도 어진 사람이 있을 터인데 어찌 자네를 등용하겠는가! 자네는 부름을 받고 위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네.
따라서 위나라 왕은 필시 권세로 누르고 능숙한 말재주로 압도하려 할 것이네.
그러면 자네의 눈의 초점을 잃고 얼굴색은 변하고 입으로는 온갖 변명을 늘어 놓고 태도는 비굴해지고 마음도 또한 상대를 따르게 되지. 이것은 불로써 불을 끄고 물로써 물을 막는 격이라네. 이를 이름하여 상대의 잘못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하지. 처음부터 끌려 가면 왕의 과오는 끝없이 늘어갈 것이네. 자네가 신임도 받지 못하면서 충직한 언사만 쏟아 붓는다면,필시 사나운 왕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네.
2
(중니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또한 옛날에 걸왕은 관용봉을 죽였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네. 두 인물은 덕망있는인사였으나 신하의 몸으로 분수에 맞지 않게 백성을 모았으며 왕의 신하이면서도 왕을거역한 자라네. 죽음을 당한 것은 두 인물이 충신이라는 명예를 좋아한 허물 탓이지.
옛적에 요임금은 총기叢技와 서오胥敖를 공격했고, 우임금은 유호有扈를 침공한 적이 있지.
세 나라는 모두 폐허가 되었다네. 두 왕은 직접 백성들을 몰살시켰고, 스스로 그 살육을 감행함으로써 욕되게 되었는데도, 그 후 계속해서 군대를 동원하여 끝없이 어질다는 실질을 구하려 했다더군. 이는 두 왕이 어질다는 名과 實은 성인이라 해도 온전히 하기가 어려운데하물며 자네에 있어서야 어떻겠는가!"
3
(중니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자네가 굳이 위나라에 가려 할 때는 필시 방책이 있을 게야.자, 한번 말이나 해보게."
안회가 말했다.
" 몸을 단아하게 하고, 마음을 비우며, 뜻을 힘써 한결같이 하면 되겠읍니까?"
" 안되네. 어찌 가능하겠는가! 위왕은 기세가 등등해 사나운 기운으로 충만하고 자만심에 차 있으며 얼굴빛이 매 순간 변화무쌍하지. 평범한 사람은 감히 그를 감당하지 못한다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의 감정을 짓밟아 상대를 제멋대로 가지고 놀 걸세. 이런 인물을 일컬어 ' 작은 덕마저 성취할 수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큰 덕에 있어서랴! 그는 자기 소견에 집착할 뿐 남의 감화를 받지 않고 겉으로는 좇는 듯해도 내심으로는 고려조차 않을 것이므로, 어찌 자네의 뜻이 성취될 수 있겠는가!"
4
안회가 말했다.
" 그렇다면 제가 안으로는 곧게 하고 밖으로는 부드럽게 하며 옛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그 말을 좇겠읍니다. 속마음이 곧은 것은 하늘과 더불어 한 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하늘과 하나가 되면 천자도 자기 자신도 모두 하늘의 자손임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위왕이 유독 자기 말만을 옳게 여기든 옳지 않게 여기든 무슨 상관이 있겠읍니까.
사람들은 이런 인물을 어린 아이라 일컫기도 하고 하늘과 하나가 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옛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그 말을 좇겠다는 것은 옛 사람과 더불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비록 그 말이 가르침과 꾸짖음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옛부터 있던 말이며 제 자신이 지어낸 말은 아닙니다. 이와 같이 하면 비록 말은 곧더라도 재난을 당하지 않습니다.
이를 옛 사람과 하나가 되었다고 일컫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중니가 대답했다.
" 안 되지, 당치도 않아. 방법이 너무 많아 적당하지 않네. 비록 허물은 없겠으나 단지 그 정도에 그칠 뿐이지. 어찌 위왕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자네는 아직 자기 생각에 묶여 있네."
5
(앞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에 안회가 말했다.
" 저는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읍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중니가 말했다.
" 먼저 마음을 재계하게. 자네에게 한번 말해 주겠네. 유심有心으로 일을 하려 하면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쉽다고 여기는 자는 하늘을 마땅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안회가 말했다.
" 저의 집은 가난해서 술 먹을 생각조차 못하고 자극성있는 야채를 못 먹은 지가 여러 달입니다. 이를 재계라 할 수 있겠습니까?"
" 이는 제사지내기 위한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는 아니네."
이에 안회가 물었다.
" 마음의 재계란 어떤 것입니까?"
중니가 대답했다.
"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귀로 소리를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게. 또 마음으로 듣지 말고 氣로 듣게. 귀는 소리를 듣기만 할뿐이고 마음은 부합하는 데 그치지만 氣는 虛해서 무엇이나 그대로 받아들이지. 道는 오직 虛한 곳에 모이는 법이야. 바로 허가 마음의 재계라네."
6
안회가 말했다.
" 제가 아직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을 때는 참으로 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말씀을 듣자마자 제 자신을 잊게 되었습니다. 이를 虛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말했다.
" 지극하구나. 자네에게 말해 주겠네. 세속의 울타리 안에서 소요하면서 명예 따위에는 흔들리지 말아야 되네. 자네가 받아들여지면 말을 하고 용납되지 않거든 그대로 있게나.자기 마음에 문을 세우지도 어떤 비방秘方을 마련하지도 말고 마음을 전일하게 하여 어쩔 수 없는 天然에 따른다면 도에 가까워질 것이네.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기는 쉬워도 무심하게 소요하기란 어려운 일이네. 사람에게 부림을 당할 때는 속이기 쉽지만, 하늘의 부림을 받으면 속이기 어렵다네. 날개 달고 날았다는 말은 들었어도, 날개 없이 날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을 걸세. 지식으로 사물 이치를 안다는 말은 들었어도 무지로 모든 것을 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겠지.
저 텅 빈 곳을 보게나. 휑하니 빈 방이지만 환하게 밝지 않은가. 축복도 빈 마음에 모인다네. 그런데도 그쳐야 할 곳에 그치지 않으면 이를 좌치坐馳라 이름하지.
무릇 눈과 귀를 밖이 아닌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의 작용을 안이 아닌 밖으로 쏠리게 하면 귀신마저도 머무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는 두말 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만물을 움직이는 힘이라네. 禹와 舜도 이를 따랐으며 복희와 궤거가 평생 행한 것이었지. 그러니 일반인에 있어서는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7
섭공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중니에게 물었다.
" 왕이 저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은 일이 중대하기 때문입니다. 제나라는 사신을 정중하게 접대하겠지만 일에 있어서는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필부의 마음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제후에 있어서는 말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을그르칠까 매우 걱정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저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 모든 일에있어서 그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성취했다면 만족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만일 일이 성취되지 못하면 왕이 주는 벌을 피할 수 없다. 일을 성취한다 해도 필시 음양의 부조화로 인한 병에 걸릴 것이다. 일을 이루거나 못 이루거나간에 사후에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은 오직 유덕한 인물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제가 먹는 것은 보잘것 없고 좋은 음식이 못 됩니다. 불을 거의 때지 않으므로 음식 지을 때 요리사가 시원함을 바라지고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는 왕으로부터 사신 임무를 부여받고 저녁에 얼음을 먹은 형편인데도 오히려 속에서는 열이 식을 줄 모릅니다.
아직 일에 착수하기도 전에 이미 음양의 부조화로 인한 병에 걸렸습니다. 또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왕은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재앙은 신하된 제가 임무를 감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부디 선생님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8
(앞의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중니가 말했다. " 천하에 크게 경계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命이고 다른 하나는 義입니다.
자식이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命으로 사람의 마음에서 제거할 수 없습니다. 신하가 왕을 섬김은 義로서 어떤 경우에도 왕은 왕인 것입니다. 이 둘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이를 크게 경계할 일이라고 일컫습니다. 따라서 어버이를 섬김에 있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편안히 모셔아만 지극한 효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임금을 받드는 데 있어서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편안히 섬겨야만 최고의 충성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섬기는 사람은 눈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슬픔과 즐거움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命에 따르는 것은 덕의 지극함 입니다. 왕의 신하이거나 사람의 아들이거나 참으로 부득이한 경우에 부딪히면 주어진 바를 충실히 행하고 자기 몸을 보살피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니 어느 겨를에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겠습니까! 그대는 주저하지 말고 임무수행을 위해 제나라도
가는 게 좋겠습니다."
9
(중니가 섭공에게 하는 말이 이어진다.)
" 제가 들은 바를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릇 가까운 나라와 교류할 경우에는 반드시 신의로서 서로 존중하고 먼 나라와는 모름지기 말로써 자기 뜻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말에는 그것을 전할 사신이 필요한데, 양쪽이 모두 기뻐하거나 화나게 하는 말을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양쪽이 모두 기뻐하면 필시 지나치게 미사여구가 많은 것이고, 모두 화를 낸다면 틀림없이 지나치게 헐뜯는 말이 많은 것입니다. 지나친 말은 사실과는 다른 망령된 언사입니다. 따라서 망령된 말은 미덥지 않습니다. 말에 믿음이 안 가면 이를 전한 사신은 처벌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옛 말에, '진실된 말은 전하고 지나친 언사는 전하지 않으면 재앙을 면한다'고 했습니다.
10
(중니가 섭공에게 하는 말이 계속 이어진다.)
" 또한 재주를 겨루는 경우,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다가도 항상 끝에 가서는 화를 내게 되는데 지나치게 되면 간계가 많아지게 됩니다. 예를 갖추고 술을 먹을 때도 시작은 법도에 맞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늘 난잡해지고 지나칠 경우에는 추잡한 쾌락을 추구하게 됩니다. 모든 일에 이와 같아서 시초에는 상호 신뢰 속에서 진행되나,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속이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간략하다가도 마지막에 이르면복잡다단해집니다.
말이란 바람 따라 일어나는 물결과 같고 행동에는 득실이 있습니다. 풍파는 요동하기 쉽고 득실은 위태롭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화가 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교묘한 언사와 왜곡된 말 때문입니다. 짐승이 죽음에 이를 경우 아무렇게나 악을 쓰게 되고 호흡은 거칠어집니다. 이에 마음이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남을 지나치게 비난하면 상대도 사납게 대응하게 되지만 왜 그런지 까닭을 모르게 됩니다. 참으로 그 이유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타툼의 종말을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옛 말에 '왕의 명령을 고치지도 말고 무리하게 명령을 수행하지도 말라'고 일렀습니다.
지나친 것은 불필요함을 덧붙이는 격입니다. 왕의 명령을 바꾸거나 무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합니다.
좋은 일은 이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한번 저지른 나쁜 일은 고칠 수 없으므로 어떻게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사물의 움직임에 마음을 싣고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中道를 지키는 것이 최상입니다. 어찌 조작해 왕에게 보고하겠습니까. 사실 그대로 전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이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11
안합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를 보좌하게 되자 거백옥에게 물었다.
"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천성적으로 덕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와 함께 법도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하고, 예법에 따르게 할 경우에는 저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그의 지혜는 남의 허물만 볼 뿐이고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사람됨이 이와 같으니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
이에 거백옥이 말했다. " 잘 물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경계하고 삼가서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합니다.. 태도는 그에 순응하는 것이 제일이고 마음은 함께 맞추는 것이 최상입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망으로는 근심이 있습니다.
따라서 몸으로는 따르더라도 말려들지는 말려들지는 말고 마음은 맞추더라도 겉으로 두드러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몸으로 그를 좇다가 아주 빠져들면 뒤집혀 파멸하게 되고 무너져 넘어지게 됩니다. 마음을 맞추다가 그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되면 소문이 나서 그의 허물이 알려지게 되어 재앙을 입게 됩니다. 그가 간난아이처럼 놀면 함께 갓난아이 노릇을 하고 그가 아무렇게나 굴면 함께 절제없이 놀아야 합니다.
또한 방탕하게 행동하면 같이 제멋대로 해야만 종내에는 그를 허물없는 인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마귀를 모르십니까? 사마귀는 자기 팔을 휘두르며 수레바퀴에 맞서려 합니다. 자기가 감당 못할 것을 모르기 때문으로 이는 자기 재주를 과신한 탓입니다. 이런 짓을 삼가고 경계해야 합니다.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상대를 거역하면 위태롭습니다. 당신은 호랑이 사육사를 보신 일이 있을 테지요? 그가 짐승을 산 채로 호랑이에게 주지 않는 것은 산 짐승을 죽이고자 하는 호랑이의 사나운 기운 때문입니다.
또한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는 것은 먹이를 찢어 발기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가 배고플 시기와 배부를 시기를 맞춰 그의 사나운 기운을 달래야 합니다.
호랑이와 사람은 다른 종류입에도 불구하고 호랑이가 양육하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은 그의 본성대로 사육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것은 그의 본서대로 양육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런데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값비싼 광주리에 말똥을 담고 대합조개로 장식된 그릇에 오줌을 받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말의 등에 모기나 등에가 달라붙어 갑자기 채찍을 내리치면, 놀란 말은 재갈을 물어 끊고 머리를 여기저기 부딪치고 가슴을 치고 받습니다. 따라서 말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말은 읽게 되므로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12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곡원에 이르러 사당에 심어진 상수리 나무를 보게 되었다.
나무의 크기는 소를 가릴 정도로 컸는데, 양손으로 재어 보니 백아름이나 되었다. 높이는 산을 내려다볼 정도로 커서 열길 높이에서부터 가지가 나 있었다. 이나무의 가지만으로도 배를 수십 척이나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상수리나무를 구경하는 사람이 저자거리처럼 북적거렸으나 장석은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길을 갔다. 장석의 제자가 실컷 구경한 다음 그에게 달려와 말했다.
"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좇아 다닌 이래로 아직까지 이처럼 아름다운 재목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이 거들떠 보지고 않은 채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장석이 대답했다.
" 그만두게. 그런 말은 하지도 막게나. 사당나무는 쓸모없는 나무라네. 그 나무로 배를 만들면 금방 가라앉고 널로 쓰면 곧 썩을 걸세. 그릇을 만들면 쉽게 부서지고 문으로 사용하면 진액이 흐르고 기둥으로 쓴다 해도 좀이 생기네. 따라서 이 상수리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서 이처럼 장수를 누리는 것이라네."
장석이 돌아와 잠을 자는데 꿈에 그 상수리나무가 나타나 말했다.
" 자네는 도대체 나를 어디에 견주려 하는가. 그래, 아름다운 무늬목에 비하려나?
저 아가위나무나 열매 열리는 과일나무, 오이 같은 밭작물 따위는 과실이 익으면 잡아뜯기고 욕을 당하게 되지. 큰 가지는 꺽이고 작은 가지는 끌어 당겨지네. 이는 과실을 맺는 재주로 인해 괴로움을 받는 것일세. 따라서 주어진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도중에 요절해 버리지. 세속에서 스스로 해침을 자초하는게지. 세상의 사물은 모두 이 모양 이 꼴이지. 그런데 나는 쓸모없기를 구한 지가 오래 되었다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당했으나 이제까지 온전함을 유지하고 있다네. 내가 유용한 재목 이었더라면 이처럼 크게 자랄 수는 없었을 걸세. 그런데 자네는 나와 똑같이 한 물건이면서 어째서 나를 하찮은 나무라고 구박하는가! 그대는 곧 죽을 가치없는 존재인데 어찌 無用한 나무를 알아보겠는가!"
장석이 깨어나 꿈이야기를 제자에게 전하자 제자가 말했다.
" 無用에 뜻을 두었으면서 사당나무가 된 것은 어째서입니까?"
장석이 말했다.
" 말하지 말고 잠자코 있게나. 사당이 상수리나무에 기탁하고 있는 걸세. 세상 사람들은 왜 사당나무가 되었는지 모른 채 그 나무를 헐뜯는 거라네. 사당나무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찌 벌목되었겠는가. 저 나무가 천수를 누리는 것이 다른 것들과는 이처럼 다른데도 사당나무라고 받드는 것은 또한 어리석지 않은가!"
13
남백자기가 상구 지방에 갔다가 큰 나무를 보았는데 보통 나무와는 사뭇 달랐다.
말 네 필씩 끄는 수레 천대가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가려질 정도였다.
자기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 대체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필시 이 나무는 좋은 재목일게야."
그러나 고개를 들어 가는 가지를 보자 구부러져서 대들보로는 쓸 수 없고, 고개를 숙여 굵은 밑둥을 굽어보니 속이 갈라져서 널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잎사귀를 핥아 보면 입 안이 헐어 상채기가 나고, 냄새를 맡으면 사람을 취하게 해 사흘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했다.
자기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 이 나무는 분명 재목감이 아니어서 이처럼 커다랗게 자란 게야. 아! 神人도 이 나무 같이 쓸모없는 까닭에 성인이 된 게로구나."
송나라에 형씨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에 개오동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나무가 한 주먹 굵기로 자라자마자 원숭이를 매어둘 말뚝 구하는 이가 와서 베어갔다. 서너 아름으로 자란 것은 커다란 대들보를 필요로 하는 자가 잘라 갔다
일곱이나 여덟 아름으로 자란 것은 귀족이나 부잣집을 위해 널을 구하는 사람이 벌목했다. 따라서 천수를 마치지 못한 채 도중에 도끼 자루에 찍히는 것은 나무가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사를 지낼 때 이마가 흰 소, 코가 우뚝 솟은 돼지, 그리고 치질을 앓는 사람은 강가로 끌고가 제물로 바칠 수 없었다. 제사장인 巫祝이 무용함을 알고 상서 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神人은 바로 이 쓸모없음을 아주 상서롭게 간주한다.
14
지리소라는 인물은 턱이 배꼽 아래 숨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장은 척추 위에 달렸고, 양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린 불구자이다.
그렇지만 그는 바느질과 빨래일로 먹고 살기에 충분하고 키질을 해 곡식 고르는 일로 족히 열 명은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또한 나라에서 장정을 징벌할 경우, 지리소는 팔을 걷어 붙이고 큰 길을 활보하고 다녀도 되었다.
국가에 큰 토목공사가 있어도 그는 불구자여서 소집이 면제되었다. 나라에서 병자에게 곡식을 하사할 때 그는 세 가지 곡식과 땔나무 열 묶음을 받았다. 이처럼 육신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도 자기 몸을 보전하며 천수를 누리는데, 하물며 내면의 덕이 무용한 사람에 있어서랴!
15
공자가 초나라에 갔는데, 그 나라의 광접여가 공자가 머문 집 앞에서 노래했다.
" 봉황이여! 봉황이여!
쇠잔해진 덕을 어찌하겠는가.
앞날은 아직 오지 않았고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구나.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성인은 자신의 일을 이루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성인은 자신의 생명을 보전할 뿐이네.
지금 세상에 있어서는 환난을 면하는 게 고작일세.
행복은 깃털보다 가벼운데도 거두어 들일 줄 모르고
재앙은 땅보다 무거우나 이를 피하지 못하는구나.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도덕으로 남을 교화하려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위태롭구나! 위태롭구나!
땅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 허둥지둥되는 일이.
가시밭이여! 가시밭이여!
내 나가는 길 막지 말아라.
내가 가는 길 구불구불하여도
나의 발은 다치지 않네.
산 속 나무는 재앙을 자초하고
기름불은 제 몸을 사르는구나.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으니 베어지고
옻나무는 쓸모가 있어서 쪼개지네.
사람들은 유용만 알 뿐
무용을 쓸 줄 모르는구나."
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 장자 莊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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