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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 독 제거하면 효과도 같이 증발

윤지환 철학연구소 2014. 5. 21. 12:45

옻, 독 제거하면 효과도 같이 증발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 / 한동하한의원 원장
  •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독성물질이 다른 한편으로는 면역안정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벌이나 뱀의 독이 그렇다. 벌독이나 뱀독은 현재 난치성질환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옻나무 독도 마찬가지다.

    옻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용식물이다. 옻에 민감한 사람은 살짝 만지거나 소량만 먹어도 온 몸에 발진이 돋고 진물이 나면서 고생한다. 옻 껍질에 있는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이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루시올(urushiol)은 휘발성페놀화합물이다. 휘발된다는 것은 공기 중으로 기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옻나무 근처에 가기만 해도 몸에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옻나무를 쳐다만 봐도 옻이 오른다는 옛말도 있는 것이다. 또 옻을 볶거나 끓일 때 우루시올이 휘발되기 때문에 옻에 예민한 사람들은 근처에 있기만 해도 알레르기반응이 일어난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 한동하한의원 원장

     
    옻의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피부알레르기반응이기는 하지만 기도가 붓고 호흡곤란으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 1/3 정도가 옻 알레르기가 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주로 열이 많은 소양인들에게 많다.

    민간에서는 옻을 옻닭으로 많이 섭취하고 있으며 건칠(乾漆)이라고 해서 약으로도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옻을 유일하게 먹는 국민이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옻이 있는데 도료로만 사용하고 먹지 않는다. 먹지 않는 이유는 역시 옻나무의 독성 때문이다.

    항간에 옻을 닭과 함께 먹으면 닭고기가 옻독을 해독한다는 말이 있다. 이밖에도 콩이나 달걀흰자와 함께 먹으면 독성이 중화된다는 기록도 있다. 이들 단백질이 옻의 독성성분과 결합해 중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옻닭을 먹고도 동일한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옻을 약에 넣을 때는 마땅히 짓찧어 부스러뜨려 연기가 날 때까지 볶아 써야 한다’라고 했다. 우루시올은 특성상 발효과정을 거치거나 열을 가하면 일부가 불(不)활성화된다. 건칠을 볶아 사용하는 이유도 우루시올을 휘발시키기 위해서다. 6~8시간 이상 물에 넣고 달이면 거의 대부분을 휘발시킬 수 있다.

    또 칠해목(까마귀밥여름나무)과 함께 달여도 독성분을 줄일 수 있다. 칠해목(漆解木)은 옻나무근처에서 함께 기생하는 나무로 옻이 올랐을 때 달여서 씻어주거나 복용하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름도 옻(漆)을 푸는(解) 나무(木)다.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시중에는 많은 옻나무추출식품들이 있다. 식품으로 유통되는 것들은 옻이 오르지 않는다. 식약처 규정상 우루시올이 포함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반대로 이로 인해 식품으로 유통되는 옻 추출물에는 약리적인 효능도 없다. 옻의 효능은 바로 우루시올에 있기 때문이다. 옻이 오르지 않아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시중제품들은 약이 아닌 단지 옻의 이름을 빌린 식품일 뿐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루시올은 역설적으로 ‘옻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성분이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우루시올이 포함된 상태의 건칠(乾漆)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한의사 입장에서는 우루시올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약으로 처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옻독은 누군가에는 고통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명약이 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고통을 줬던 대상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