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안장正法眼藏/화엄지해 華嚴之海

60권 화엄경 23~30

윤지환 철학연구소 2012. 3. 25. 22:10

제 23장 십명품 (十明品)

 

 

그때 보현보살은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보살은 열 가지 밝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열 가지란 무엇입니까.

첫째, 보살은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마음을 다 아는 것이니, 이른바 착한 마음과 악한 마음, 넓은 마음, 좁은 마음, 훌륭한 마음, 생사를 따르는 마음, 생사를 등지는 마음, 성문의 마음, 연각의 마음, 보살의 마음, 사람의 마음, 지옥 중생의 마음, 축생의 마음, 아귀의 마음 등 한량없는 갖가지 중생들의 마음을 다 분별해 압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의 첫 번째,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通]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무량 무수한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중생들이 생사에 유전하는 것을 다 아나니 좋고 나쁜 것과 아름답고 추한 얼굴과 깨끗하고 더럽고 희고 검은 얼굴 등 한량없는 중생들의 죽고 나는 것을 다 잘 압니다.

보살은 장애가 없고 밝고 깨끗한 하늘 눈으로 다 비추어 보되, 그 업보에 따라 받는 고락과 갖가지 업과 행과 생각하는 소원과 견해를 다 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두 번째, 걸림 없는 하늘의 지혜[天眼通]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보살은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말할 수 없이 무수한 중생들의 지나간 일, 즉 그 생(生)은 어떠했고 그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고락을 받았는지 등을 다 압니다.

뿐만 아니라 보살은 티끌 수 같이 무수한 부처님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집을 떠나 도를 구했고 어떤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얻었으며, 머무는 곳은 어떠했고 앉은자리는 어떠했으며 어떻게 설법하고 어떻게 교화했으며 수명은 어떠했고 어떻게 불사를 하였으며 어떻게 남음 없는 열반에 들었으며, 그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는 그 정법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등을 모두 기억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세 번째, 과거 겁에 깊이 들어가 걸림 없이 전생을 아는 지혜[宿住知通]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미래 겁에 깊이 들어가 티끌 수 같이 수많은 중생들이 생사와 삼계에서 헤매는 것을 잘 압니다.

즉, 중생들의 업과 과보를 알며 중생들의 선과 불선을 알며, 중생들의 날 것과 나지 않을 것을 알고 중생들의 정취(定聚)와 정취 아닌 것을 알며, 중생들의 정정(正定)과 사정(邪定)을 알고, 중생들이 선근을 갖춘 것과 갖추지 못한 것을 알고, 중생들이 선을 모으는 것과 불선(不善)을 모으는 것을 알고, 중생들이 악법을 모으는 것과 악법을 모으지 않는 것을 압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네 번째, 미래 겁에 깊이 들어가는 걸림이 없는 지혜[知劫通]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걸림 없는 천이통(天耳通)을 내는데, 그것은 청정하고 광대하며 완전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보살은 시방 세계의 멀고 가까운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모든 부처님의 설법과 좋은 이치와 좋은 뜻과 생각하는 것과 분별하는 것 등을 모두 다 듣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다섯 번째, 걸림없는 청정한 지혜[天耳通]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두려움 없는 신력의 지혜에 편히 머물면서 자재하여 지음이 없는 신력과 평등한 신력, 광대한 신력, 생각대로 이르는 신력, 변하지 않는 신력, 물러나지 않는 신력, 다함이 없는 신력, 깨뜨릴 수 없는 신력, 자라나는 신력, 따라 행하는 신력 등을 얻습니다.

그리하여 항상 바른 법을 들어 끊임이 없고 즐겨 불법을 구하며, 뛰어난 소원을 모두 이루고 보현보살의 한량없는 모든 행을 다 완전히 갖춥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여섯 번째, 두려움 없는 신력에 편히 머무는 지혜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무량 무수하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중생들의 음성과 말을 다 잘 듣습니다.

이른바 하늘의 소리, 용의 소리, 야차, 건달바, 아수라의 소리,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의 소리, 사람의 소리, 사람 아닌 것의 소리 등, 온갖 중생들의 말과 소리는 다 다르지만 그러나 보살마하살은 그것을 다 분별해 압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일곱 번째, 일체 말소리를 분별하여 아는 지혜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일체의 빛깔[色], 즉 파랑, 노랑, 빨강, 하얀 빛깔과 깊이 법계에 들어가 갖가지 형색으로 변화하는 빛깔, 한량없는 빛깔, 밝고 깨끗한 빛깔, 두루 비추는 빛깔, 더러움이 없는 빛깔, 모양을 갖춘 빛깔, 악을 떠난 빛깔, 단엄한 빛깔, 측량할 수 없는 빛깔, 걸림 없는 빛깔, 훌륭한 빛깔, 나쁜 빛깔, 성품이 청정한 빛깔, 항상 선한 빛깔, 허공처럼 밝고 깨끗한 빛깔, 티끌을 떠난 빛깔, 고요한 빛깔, 욕심은 떠난 빛깔, 뛰어난 지혜의 빛깔 등을 잘 압니다.

그리하여, 보살마하살은 무형의 법계에 들어가 갖가지 형상으로 변화하는 빛깔을 맡아 지닙니다. 그것은 응하여 다르기 때문이니 이른바 견해로써 교화하고 바른 생각으로써 교화하며, 법륜을 굴려 교화하고 때를 따라 교화하며, 생각 생각에 따라 교화하고 신력으로 교화하며, 갖가지 신통으로 교화하고 불가사의한 큰 신변으로 교화하여 일체 중생을 다 구제하여 해탈케 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여덟 번째, 한량없는 아승지 색신의 장엄을 내는 지혜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은 이름이 없음을 알고, 모든 법은 성품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은 가고 옴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은 둘도 아니고 둘이 아닌 것도 아님을 알며, 모든 법은 ‘나’가 없음을 알고 모든 법은 견줄 데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은 나지 않음을 알며, 모든 법은 온 곳이 없음을 알고 모든 법은 가는 곳이 없음을 압니다.

또 모든 법은 무너짐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은 진실하지 않음을 알고, 모든 법은 한 모양도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님을 알며, 모든 법은 업이 아님을 알고, 모든 법은 업 아닌 것이 아님을 알며, 모든 법은 과보가 아님을 알고, 모든 법은 과보가 아닌 것도 아님을 압니다.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모든 법을 알기 때문에 세속 이치에도 집착하지 않고, 으뜸가는 이치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허망하게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어떤 문제에도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적멸한 성품을 따르면서도 모든 서원을 버리지 않으며, 말할 수 없는 방편에 들어가면서도 그 방편을 뛰어나며, 끝없는 변재로 여실한 이치를 자세히 말하되 진실한 법을 어기지 않고, 좋고 절묘한 방편으로 모든 법을 설명하며, 다함없는 변재로 큰 자비를 성취합니다.

문자 없는 경계에서 문자의 뜻을 내어 문자의 성품을 깨뜨리지 않고, 모든 법은 인연을 따라 일어나는 것임을 관찰하여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법을 알아 중생을 깨우치고 인도하며, 법을 드날리고 나타내며, 완전히 청정하여 온갖 의심을 없애며, 중생을 포용하되 진실한 이치를 버리지 않고, 둘이 아닌 법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걸림 없는 법문과 미묘한 음성을 완전히 갖추어 법비를 두루 내리되 그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체득하는 아홉 번째, 모든 법에 대한 진실한 지혜의 밝음입니다.

불자여, 또 보살마하살은 생각 생각에 모든 법을 멸하는 삼매에 들어가 물러나지 않으면서도 보살의 일을 버리지 않고, 큰 자비심을 버리지 않으며, 바라밀을 버리지 않고,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잘 분별하되 만족할 줄 모르며, 큰 서원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며, 쉬지 않고 법륜을 굴려 중생을 교화하고, 다스리기를 끊이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기를 쉬지 않고,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오며, 모든 업은 다 평등한 줄을 잘 알고,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법과 온갖 서원을 다 완전히 성취합니다.

그는 항상 삼매에 들어 있으면서도 얼굴이 달라지지 않고 몸도 여위는 법이 없으며 또한 허물어지지도 않습니다. 불로 태울 수도 없고 물에 빠뜨릴 수도 없으며, 잃게 할 수도 없고 끝내게 할 수도 없으며, 일이 있거나 아무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보살의 할 일을 모두 잘 이루고, 모든 법을 자세히 설명하여 중생을 교화하되 때를 놓치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 법을 전하며, 모든 보살행을 다 완성하며,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을 버리지 않고, 시방에 응해 교화하되 잠깐도 쉬지 않으며, 끊임없이 모든 길을 두루 비추지만 삼매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체득하는 열 번째, 모든 법이 멸한 삼매에 지혜 밝음입니다.

보살마하살이 이 열 가지 밝은 지혜[十明]에 편히 머무는 경지는 모든 천신이나 인간도 헤아리지 못하며, 일체 세간도 헤아리지 못하며, 성문과 연각도 헤아리지 못하며, 자재한 삼매로도 헤아리지 못하며, 지혜의 경계로도 헤아리지 못하며, 오직 부처님만이 그 보살마하살의 공덕을 잘 헤아립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체득하는 열 가지의 지혜 밝음으로서 보살마하살은 이 지혜 밝음에 머물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걸림 없는 지혜 밝음을 다 얻습니다.”

 

 

제 24장 십인품(十忍品)

 

 

그때 보현보살은 다시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은 또 열 가지 인내하는[忍] 마음을 성취하여 걸림 없는 모든 인내의 자리를 얻고 또 모든 부처님의 다함없고 걸림 없는 법을 얻습니다.

그 열 가지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이른바 음성을 따르는 인과 순응하는 인, 생멸하는 법이 없는 인, 꼭두각시와 같은 인, 아지랑이와 같은 인, 꿈과 같은 인, 메아리와 같은 인, 번개와 같은 인, 허깨비와 같은 인, 허공과 같은 인 등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열 가지 인으로서, 과거 부처님도 이미 말씀하셨고 미래 부처님도 장차 말씀하실 것이며 현재 부처님도 지금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불자여, 그러면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음성을 따르는 인(忍)인가. 그는 혹 진실한 법을 들어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도 않으며,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고 사랑하고 좋아하며 그대로 따라 들어가, 닦아 익혀 편히 머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는 첫 번째, 음성을 따르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순응하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고요함에 순응해 모든 법을 관찰하고, 평등한 바른 생각으로 모든 법을 어기지 않으며, 모든 법에 순응해 깊이 들어가고, 청정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모든 법을 분별하며, 평등한 관찰을 닦고는 거기에 완전히 깊이 들어가나니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는 두 번째, 순응하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생멸하는 법이 없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어떤 법의 나고 멸하는 것을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지 않으면 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멸하지 않으면 다함이 없을 것이며, 다함이 없으면 오염[垢]을 떠날 것이며, 오염을 떠나면 무너짐이 없을 것이며, 무너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그곳이 바로 적멸의 자리일 것이며, 적멸의 자리이면 욕심을 떠났을 것이며, 욕심을 떠났으면 행하는 것이 없을 것이며, 행하는 것이 없으면 그것이 큰 원[大願]일 것입니다.

만일 그것이 큰 원이면 장엄에 머물 것이기 때문이니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세 번째, 생멸하는 법이 없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꼭두각시 같다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모든 것은 다 꼭두각시 같다고 보는 데에 깊이 들어가 인연으로 일어나는 법을 관찰하고, 한 법 가운데서 많은 법을 알며, 많은 법 가운데서 한 법을 압니다.

보살마하살은 저 모든 법에서 세계를 분별하고 중생계와 법계에 들어가 세간을 평등하게 보며 부처님의 나고 드는 것을 평등하게 보아, 거기에 머물고 그것을 지닙니다.

비유하면 꼭두각시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며 소년도 소녀도 아니요, 나무도 잎도 아니며 꽃도 열매도 아니요, 땅도 물도 불도 바람도 아니며, 밤도 낮도 아니요 해도 달도 아니며, 고요함도 어지러움도 아니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요,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닙니다.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아서 일체 모든 것을 다 실체가 없는 꼭두각시와 같은 것으로 봅니다.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모든 것을 다 꼭두각시와 같다고 관찰할 때, 중생을 일으키지도 않고 중생을 깨뜨리지도 않으며, 세계를 일으키지도 않고 세계를 깨뜨리지도 않으며, 모든 법을 일으키지도 않고 모든 법을 깨뜨리지도 않으며, 과거의 허망한 모양을 취하지도 않고 미래를 짓지도 않으며, 미래에 머물지도 않고, 현재에 머물지도 않으며,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보리를 관찰하지도 않고 허망하게 보리를 취하지도 않으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을 취하지 않습니다. 또 부처님의 열반도 그에게는 없으며 큰 원을 취하지도 않습니다.

또 중생을 구제하고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보아 차별이 없으며, 모든 법은 문자도 말도 아닌 줄을 알면서도 깊고 묘한 변재를 버리지 않고, 중생 교화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법륜을 굴리며,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대비를 받아 지녀 일체를 구제하면서 과거의 인연을 말하며, 모든 법을 진실로 알아서 이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바로 보살마하살이 얻는 네 번째, 꼭두각시와 같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아지랑이와 같다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일체 세간을 마치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이 실체가 없는 것임을 깨달아 압니다.

또 보살마하살은 모든 것은 일정하지 않아서 안도 바깥도 아니요,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며, 모든 것은 다 거짓 이름으로서 한 빛깔도 아니요, 여러 빛깔도 아니라고 관찰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법을 완전히 깨달아 아나니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는 다섯 번째, 아지랑이와 같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꿈과 같다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모든 세간이 꿈과 같음을 압니다. 비유하면 꿈은 세간도 아니요, 세간을 떠난 것도 아니며, 욕심의 세계도, 형상의 세계도, 무형의 세계도 아니요, 남[生]도 죽음도 아니며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아니요, 맑은 것도 흐린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은 나타난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모든 세간이 다 꿈과 같음을 알아 꿈을 깨뜨리려 하지도 않고 꿈에 집착하지도 않으며, 꿈은 본래 적멸하고 꿈은 실체가 없으므로 모든 법을 받아 지니되 다 꿈과 같음을 알아 허망하게 그것을 취하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세간이 다 꿈과 같음을 아나니,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여섯 번째, 꿈과 같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메아리와 같다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모든 법을 잘 배우고 성취하여 저 언덕에 이르고 모든 법이 다 메아리 같음을 알면서도 온갖 소리를 다 분별합니다.

마치 메아리가 이르는 곳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이 인연을 따라 일어나는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법의 보시를 파괴하지 않고 음성에 깊이 들어가서는 뒤바뀐 생각을 멀리 떠나 일체를 잘 배웁니다.

또 제석천이 한 음성에서 천 가지 묘한 소리를 내면서도 허망한 음성에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허망을 떠난 법계에 들어가 절묘한 방편의 지혜를 내어 한량없는 세계에서 중생들을 위해 깨끗한 법륜을 굴려 일체 중생을 구제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일곱 번째, 메아리와 같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번개와 같다는 인(忍)인가.

불자여, 보살은 세간에서 나지도 않고 세간에서 죽지도 않으며, 세간 안에 있지도 않고 세간밖에 있지도 않으며, 세간에 다니지도 않고, 세간을 파괴하지도 않고, 세간의 갈래를 일으키지도 않고 세간의 갈래를 떠나지도 않으며, 세간과 같지도 않고 세간과 다르지도 않으며, 보살행을 행하지도 않으면서 큰 원을 버리지도 않고, 진실도 아니고 허망도 아니면서 그 행이 진실하여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다 이루고, 세간의 모든 일을 다 갖추면서도 세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여덟 번째, 번개와 같다는 인입니다. 이 인을 성취한 보살은 모든 부처님이 계신 곳에 가지 않으면서도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나타나고 일체 세계에 가지 않으면서도 일체 세계에 그 몸을 나타냅니다.

마치 번갯불이 나타나는 것처럼 그는 걸림 없이 노닐어 시방에 두루 이르되, 금강으로 된 모든 산의 견고한 물건도 그를 막지 못하며, 부처님의 청정한 몸과 입과 뜻을 완전히 성취하여 한량없이 청정한 일체의 색신(色身)을 얻습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아홉 번째, 허깨비와 같다는 인(忍)인가.

보살은 일체 세간이 다 허깨비와 같은 줄을 압니다. 허깨비는 마음을 따라 일어나지도 않고 마음속에 머물지도 않으며, 업으로 말미암아 일어나지도 않고 혹 그 과보를 받지도 않으며, 세간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요 세간에서 멸하는 것도 아니며, 법에 포섭되는 것도 아니요 법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오랫동안 머무는 것도 아니요 잠깐 동안 머무는 것도 아니며, 세간의 행도 아니요 세간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또 싫은 것도 아니요 싫지 않은 것도 아니며, 범부도 아니요 성인도 아니며, 깨끗한 것도 아니요 더러운 것도 아니며, 나는 것도 아니요 죽는 것도 아니며, 어리석은 것도 아니요 지혜로운 것도 아니며, 보이는 것도 아니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영리한 것도 아니요 미련한 것도 아니며, 불꽃처럼 일어나는 것도 아니요 고요한 것도 아니며, 생사도 아니요 열반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세간에 살면서 보살행을 행할 때, 방편을 받아 지녀 세간을 다 허깨비와 같다고 관찰합니다. 그리하여 세간에도 집착하지 않고 허깨비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허망하게 세간을 취하지도 않고 또한 허깨비도 취하지 않으며, 세간에 머물지도 않고 세간에서 멸하지도 않으면서 중생 교화를 버리지 않으며, 한결같은 바른 생각으로 모든 원을 원만히 갖추고 모든 법을 장엄한 모든 법을 깨뜨리지 않으며, 아무 법도 가지지 않으면서 모든 불법을 완전히 갖춥니다.

비유하면 허깨비는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살마하살 역시 이 허깨비 같다는 인에 머물면서 모든 보리를 다 갖추어 중생을 이롭게 합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아홉 번째, 허깨비와 같다는 인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만일 이 인을 성취하면 그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아무 집착이 없나니, 그것은 허깨비가 일체 세계에 아무 집착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 허깨비의 행은 행동하는 것이 없어 모든 뒤바뀜을 떠난 것처럼 그는 모든 불법에 대해 허망하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열 번째, 허공과 같다는 인(忍)인가.

보살은 모든 세계가 허공과 같음을 아나니 그것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며, 일어남이 없기 때문이며, 두 법이 없기 때문이며, 행해도 행함이 없기 때문이며, 분별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다 허공과 같음을 알아 허공과 같은 인의 지혜를 얻고 허공과 같은 몸을 얻고 허공과 같은 입을 얻고 허공과 같은 마음을 얻습니다.

마치 허공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신은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습니다.

마치 허공은 무너뜨릴 수 없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그 지혜의 모든 힘은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마치 허공이 모든 세간의 의지하는 것이 되면서도 그는 의지하는 곳이 없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의 의지하는 곳이 되면서도 그는 의지하는 곳이 없습니다.

마치 허공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생멸의 의지하는 곳이 되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행하지도 않고 이루어 주지도 않으면서 모든 중생들을 다 청정하게 합니다.

마치 허공이 다니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으면서 갖가지 위의를 잘 나타내 보이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다니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으면서 모든 행을 다 잘 분별합니다.

마치 허공은 빛깔도 아니요, 빛깔이 아닌 것도 아니면서 백천 가지의 빛깔을 잘 나타내 보이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세간의 빛깔도 아니요, 출세간의 빛깔도 아니면서 모든 빛깔을 다 잘 나타내 보입니다.

마치 허공이 오래 머물지도 않고 잠깐 머물지도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오래 나아가지도 않고 잠깐 나아가지도 않으면서 모든 보살의 머물고 행하는 것을 두루 잘 연설합니다.

마치 허공이 깨끗한 것도 아니요, 더러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세간의 장애도 아니요, 또 청정한 것도 아닙니다.

마치 허공은 모든 곳에 머물러 있지만 허공에는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에 머물러 있지만 보살의 마음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살마하살은 자기 선근이 저 허공처럼 청정하고 원만하며, 평등하고 고요하며, 같은 맛이며, 같은 분량이며, 청정하기는 허공의 빛깔과 같으며, 모든 것은 한 가지도 존재하지 않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무너지지 않는 모든 법을 얻어서 모든 세계에 노닐고, 일체의 몸을 다 갖추었으면서도 그 몸에 조금도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의혹을 떠나고, 깨뜨릴 수 없는 힘을 완전히 성취하며, 모든 공덕의 경계를 원만히 갖추고 갖가지 법을 다 얻으며, 허공과 같은 견고한 선근을 얻으며, 모든 묘한 음성을 내어 일체 세간에서 항상 법륜을 굴리되 그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얻은 열 번째, 허공과 같다는 인입니다.

이 인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은 옴[來]이 없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감[去]이 없기 때문이며, 나지 않는 몸을 얻나니 그것을 멸하지 않기 때문이며, 모이지 않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며, 진실하지 않는 몸을 완전히 갖추나니 그것은 진실이 없기 때문이며, 한 모양의 몸을 얻나니 그것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한량없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부처님의 힘이 한량없기 때문이며, 평등한 몸을 얻나니 그것은 진여(眞如)와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며, 무너지지 않는 몸을 얻나니 그것은 삼세를 평등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살마하살은 탐욕을 모두 버린 몸을 얻나니 그것은 모든 법은 모이거나 흩어짐이 없기 때문이며, 무궁무진하고 평등한 법에 대한 변재를 얻나니 그것은 모든 법의 성품은 허공과 같은 한 성품이기 때문이며, 한량없고 걸림없는 미묘한 음성을 얻나니 그것은 걸림 없기가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청정하고 완전한 보살행에 대한 절묘한 방편을 얻나니 그것은 모든 법은 걸림 없고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모든 불법의 바다를 얻나니 그것은 끊을 수 없기가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의 열 가지 인(忍)입니다.”

 

 

제 25장 심왕보살문아승지품 (心王菩薩問阿僧祗品)

 

 

그때 심왕(心王)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아승지, 불가량(不可量), 무분제(無分齊), 무주변(無周遍), 불가수(不可數), 불가칭량(不可稱量), 불가사의(不可思議), 불가설(不可設), 불가설불가설(不可設不可設) 등의 말이 있사온데, 어떤 것이 아승지 또는 불가설불가설입니까?”

부처님께서 심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 세계의 매우 깊은 뜻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백천(百千)의 백천을 한 구리(拘梨)라 하고, 구리의 구리를 한 불변(不變)이라 하며, 불변의 불변을 한 나유타라 하고, 나유타의 나유타를 한 비바라라 하며, 비바라의 비바라를 한 작(作)이라 하고, 한 작의 작을 한 래(來)라 하며, 한 래의 래를 한 승(勝)이라 하고, 한 승의 승을 한 부차(復次)라 하며, 부차의 부차를 한 아바라라 하고, 한 아바라의 아바라를 한 득승(得勝)이라 하며, 득승의 득승을 한 분계(分界)라 하고, 분계의 분계를 한 충만(充滿)이라 하며, 충만의 충만을 한 양(量)이라 하고, 양의 양을 한 해(解)라 한다.

또 해의 해를 한 차해(此解)라 하고, 차해의 차해를 한 이욕(離慾)이라 하며, 이욕의 이욕의 한 사(捨)라 하고, 사의 사를 한 취(聚)라 하며, 취의 취를 한 통(通)이라 하고 통의 통을 한 빈신(頻申)이라 하며, 빈신의 빈신을 한 망(網)이라 하고, 망의 망을 한 중류(衆流)라 하며, 중류의 중류를 한 출(出)이라 하고,출의 출을 한 분(分)이라 하며, 분의 분을 한 분별(分別)이라 하고 분별의 분별을 한 칭(稱)이라 하며, 칭의 칭을 한 지(持)라 하고 지의 지를 한 부전도(不顚倒)라 하고, 부전도의 부전도를 한 불번(不幡)이라 하고 불번의 불번을 한 정(正)이라 한다.

또 정의 정을 한 혜(慧)라 하고, 혜의 혜를 한 제일(第一)이라 하며, 제일의 제일을 한 각(覺)이라 하고, 각의 각을 한 비차투라 하며, 비차투의 비차투를 한 극고(極高)라 하고, 극고의 극고를 한 묘(妙)라 하며, 묘의 묘를 한 라바라 하고, 라바의 라바를 한 하리바라 하며, 하리바의 하리바를 한 해탈(解脫)이라 하고, 해탈의 해탈을 한 황(黃)이라 하며, 황의 황을 한 하리나라 하고 하리나의 하리나를 한 인(因)이라 하며, 인의 인을 한 현각(賢覺)이라 하고, 현각의 현각을 한 명상(明相)이라 한다.

또 명상의 명상을 한 마루타라 하고 마루타의 마루타를 한 인(忍)이라 하며, 인의 인을 한 지(枝)라 하고 지의 지를 한 마루마라 하며, 마루마의 마루마를 한 등(等)이라 하고 등의 등을 한 이의(離疑)라 하며, 이의의 이의를 한 종(種)이라 하고, 종의 종을 한 불방일(不放逸)이라 하며, 불방일의 불방일을 한 마다라라 하고, 마다라의 마다라를 한 동(動)이라 하며, 동의 동을 한 도(到)라 하고, 도의 도를 한 설(設)이라 하며, 설의 설을 한 백(白)이라 하고, 백의 백을 한 요별(了別)이라 한다.

또 요별의 요별을 한 구경(究竟)이라 하고, 구경의 구경을 한 청량(淸凉)이라 하며, 청량의 청량을 한 아라라라 하고 아라라의 아라라를 한 조(潮)라 하며, 조의 조를 한 유(油)라 하고, 유의 유를 한 기라라 하며, 기라의 기라를 한 미(味)라 하고, 미의 미를 한 니라라 하며, 니라의 니라를 한 희(戱)라 하고, 희의 희를 한 사라라 하며, 사라의 사라를 한 취말(聚沫)이라 하고, 취말의 취말을 한 미라(彌羅)라 하며, 미라의 미라를 한 견고(堅固)라 하고, 견고의 견고를 한 풍(風)이라 하며, 풍의 풍을 한 만(滿)이라 하고 만의 만을 한 불가칭량이라 하며, 불가칭량의 불가칭량을 한 근(根)이라 한다.

근의 근을 한 미세(微細)라 하고, 미세의 미세를 한 연화(蓮華)라 하며, 연화의 연화를 한 마가바라 하고, 마가바의 마가바를 한 불가탁(不可度)이라 하며, 불가탁의 불가탁을 한 혜루라 하고, 혜루의 혜루를 한 어(語)라 하며, 어의 어를 한 겁(劫)이라 하고, 겁의 겁을 한 바바라 하며, 바바의 바바를 한 간(間)이라 하고 간의 간을 한 무간(無間)이라 하며, 무간의 무간을 한 이구(離垢)라 하고, 이구의 이구를 한 실승(實勝)이라 하며, 실승의 실승을 한 미라부라 하고, 미라부의 미라부를 한 차마라라 한다.

또 차마라의 차마라를 한 법(法)이라 하고, 법의 법을 한 파라마태라 하며, 파라마태의 파라마태를 한 결정(決定)이라 하고, 결정의 결정을 한 유전(流轉)이라 하며, 유전의 유전을 한 광설(廣設)이라 하고, 광설의 광설을 한 무진(無盡)이라 하며, 무진의 무진을 한 등진실(等眞實)이라 하고, 등진실의 등진실을 한 무아(無我)라 하며, 무아의 무아를 한 아반타라 하고, 아반타의 아반타를 한 청련화(靑蓮華)라 하며, 청련화의 청련화를 한 수(數)라 하고, 수의 수를 한 취(趣)라 한다.

또 취의 취를 한 수(受)라 하고, 수의 수를 한 아승지라 하며, 아승지의 아승지를 한 아승지전(阿僧祗轉)이라 하고, 아승지전의 아승지전을 한 무량(無量)이라 하며, 무량의 무량을 한 무량전(無量轉)이라 하고, 무량전의 무량전을 한 무분제라 하며, 무분제의 무분제를 한 무분제전이라 하고, 무분제전의 무분제전을 한 무주변이라 하며, 무주변의 무주변을 한 무주변전이라 하고, 무주변전의 무주변전을 한 무수(無數)라 하며, 무수의 무수를 한 무수전이라 하고, 무수전의 무수전을 한 불가칭이라 한다.

또 불가칭의 불가칭을 한 불가칭전이라 하고, 불가칭전의 불가칭전을 불가사의라 하며, 불가사의의 불가사의를 한 불가사의전이라 하고, 불가사의전의 불가사의전을 한 불가량이라 하며, 불가량의 불가량을 한 불가량전이라 하고, 불가량전의 불가량전을 한 불가설이라 하며, 불가설의 불가설을 한 불가설전이라 하고, 불가설전의 불가설전을 한 불가설전전이라 하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심왕보살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셨다.

 

불가설 불가설이

일체의 불가설에 충만했나니

불가설의 모든 겁 동안

불가설을 말하여도 그 끝 없으리

 

저 불가설의 모든 부처 세계를

모두 가루를 내어 티끌 만들고

그 낱낱의 티끌 속에서

일체의 불가설을 다 연설하고

 

한 찰나 사이에

불가설의 모든 세계를 다 연설하고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모든 겁 동안

생각생각 차례로 다 연설해도

 

불가설의 그 겁은 다할 때가 있어도

불가설은 다할 때가 없나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티끌 속에서

모두 다 불가설의 중생이 있는데

그들 다 보현 공덕 함께 찬탄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다 말하지 못하네.

 

 

제 26장 수명품(壽命品)

 

 

그때 심왕보살이 여러 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석가모니 부처님 세계의 한 겁은 저 안락 세계 아미타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요, 그 안락 세계의 한 겁은 저 성복당(聖服幢)세계에 있는 금강(金剛)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며, 그 성복당 세계의 한 겁은 불퇴전음성륜(不退轉音聲輪) 세계에 있는 선락광명청정개부(善樂光明淸淨開敷)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요, 불퇴전음성륜 세계의 한 겁은 저 이구(離垢) 세계에 있는 법당(法幢)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며, 그 이구 세계의 한 겁은 저 선등(善燈)세계에 있는 사자(師子)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입니다.

또 그 선등세계의 한 겁은 저 선광명(善光明) 세계에 있는 노사나장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요, 그 선광명세계의 한 겁은 초출(超出) 세계에 있는 법광명청정개부연화(法光明淸淨開敷蓮華)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며,그 초출 세계의 한 겁은 저 장엄혜(莊嚴慧) 세계에 있는 일체 광명(一切光名)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이요, 그 장엄혜세계의 한 겁은 저 경광명(鏡光明) 세계에 있는 각월(覺月)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입니다.

불자들이여, 이와 같이 차례로 백만 아승지 세계를 지나 최후 세계의 한 겁은 저 승련화(勝連華) 세계에 있는 현수(賢首) 부처님 세계의 하룻밤 하루 낮인데, 여러 큰 보살들이 그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제 27장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

 

 

그때 심왕보살이 다시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동방에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선인기산(仙人起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금강승(金剛勝)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삼백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남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승누각산(勝樓閣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법혜(法慧)라는 보살이 살면서 오백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서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금강염산(金剛焰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무외사자행(無畏師子行)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삼백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북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향취산(香聚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님이 살았고, 현재는 향상(香象)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삼천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동북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청량산(淸凉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무수사리라는 보살이 살면서 일만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동남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지견고(枝堅固)로서 과거에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천관(天冠)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일천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서남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수제광명산(樹提光明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현수(賢首)라는 보살이 살면서 삼천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서북방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향풍산(香風山)으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향광명(香光明)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오천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네 큰 바다 가운데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지달로서 과거에 모든 보살들이 살았고 현재는 담무갈이라는 보살이 살면서 이천 보살을 권속으로 두고 항상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습니다.

또 바다 가운데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공덕장엄굴(功德莊嚴窟)로서 과거에 여러 보살들이 항상 거기에 살았습니다.

또 비사리성(城) 남쪽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선주(善住)로서 과거에 여러 보살들이 항상 거기에 살았습니다.

또 파련불읍(邑)에도 보살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이름은 금등승가람(金燈僧伽藍)으로써 과거에 여러 보살들이 항상 거기에 살았습니다.”

 

 

제 28장 불부사의법품(佛不思議法品)

 

 

그때 모임에 있던 여러 보살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부처님의 국토와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서원과 모든 부처님의 종성과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심은 불가사의하며, 또 모든 부처님의 법신과 음성과 지혜와 신력과 자재함은 불가사의하며, 또 모든 부처님의 걸림 없는 머무름과 해탈은 불가사의하다.’

그때 부처님은 보살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청련화(靑蓮華)보살에게, 부처님의 신력과 부처님의 지혜와 부처님의 변재와 부처님의 공덕과 부처님의 두려움 없음 등을 주어 그 몸에 충만하게하여 모든 부처님 법계를 다 성취하게 하시고, 또 부처님의 신력의 경계와 걸림 없는 행과 부처님의 종성을 분별하는 힘을 주시고 또 셀 수 없는 모든 부처님의 방편을 주셨다.

그때 청련화보살은 곧 걸림 없는 법계와 일체의 걸림 없는 법에 들어가 보살행을 닦고, 보현보살의 소원을 성취한 뒤 모든 부처님을 따라 큰 장엄을 스스로 장엄하고, 큰 자비로 일체 중생을 두루 관찰하였다. 또 부처님의 한량없는 큰 지혜를 내어 부처님의 다함없는 지혜의 문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모든 다라니와 모든 변재를 성취한 뒤에, 그 광명으로 일체를 두루 비추었다.

그때 청련화보살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연화장(蓮華藏)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한량없이 깨끗하고 청정한 주처(走處)가 있으며, 모든 부처님은 무량한 자재에 편히 머물며, 모든 부처님은 일체의 일에 있어서 그 때를 놓치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은 평등하고 깨끗한 법륜을 굴리며, 모든 부처님은 네 가지 변설이 무궁무진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은 불가사의하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음성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은 한량없는 법계를 다 분별하며, 모든 부처님은 시방세계를 광명으로 두루 비추며, 모든 부처님의 말씀은 모두 깊은 법계에 들어갑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법계의 무량무변한 것이 있습니다. 그 열 가지란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색신은 무량무변하여 세간에 뛰어나고, 모든 부처님은 걸림 없는 눈이 무량무변하여 청정하고, 평등하게 일체 법을 깨달으며, 모든 부처님은 걸림 없는 귀가 무량무변하여 일체 중생의 음성을 분별하고, 모든 부처님은 신통이 저 언덕에 이르고, 모든 부처님은 넓고 긴 혀가 무량무변하여 묘한 음성을 내어서 온 법계에 두루 들리게 합니다.

또 모든 부처님은 그 몸이 무량무변하여 중생들의 능력에 따라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고, 모든 부처님은 그 뜻이 무량무변하며, 모든 부처님은 걸림 없는 해탈의 법문이 무량무변하여 끝없이 자재한 위신력을 나타내고, 모든 부처님은 일체 세계에서 부처님의 세계를 장엄하는 것이 무량무변하여 중생에 순응하며, 모든 부처님은 무량무변한 여러 보살의 행과 훌륭한 소원과 자재한 신력을 다 완성하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다 완성하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다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불자여,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열 가지 법계의 무량무변한 것입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찰나 사이에 열 가지 다함없는 지혜를 냅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때를 놓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두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비유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경계가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지혜를 내어 거기에 머무릅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매우 깊고 큰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공덕으로 악을 떠나 청정하십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의 끝까지 청정한 행(行)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일체 세계에서 언제나 열 가지 불사(佛事)를 짓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의 다함이 없는 방편 지혜의 큰 바다가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항상한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또 모든 부처님에게는 한량없이 말하는 열 가지 불법의 문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법으로 항상 중생들을 위하여 불사를 짓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견고한 보살의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장애 없이 머무르는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또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의 가장 훌륭하고 위없는 장엄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바른 법에 자재함이 있습니다.

불자여, 또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불가사의한 법을 다 갖춘 뒤에 라야 등정각을 이룹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의 절묘한 방편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의 불사(佛事)가 있는데, 그것은 무량무변하고 불가사의하여, 부처님의 신력 이외에는 어떤 천신이나 사람도 헤아릴 수 없고 삼세의 어떤 성문도 연각도 말할 수 없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법왕과 다름없는 열 가지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머무름으로 향하는 열 가지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은 열 가지 법을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가장 훌륭한 열 가지 힘이 있으니, 그것은 큰 힘이요 한량없는 힘이며, 큰 공덕의 힘이요 존귀한 힘이며, 물러나지 않는 힘이요 견고한 힘이며, 깨뜨릴 수 없는 힘이요 어떤 세간도 헤아릴 수 없는 힘이며, 어떤 중생도 부술 수 없는 힘으로서, 대력나라연당(大力那羅延幢)이신 부처님의 머무는 법입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결정된 열 가지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법이 있어서 어떤 중생도 부처님을 보는 이는 모두 열 가지 좋은 과보를 빨리 얻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일체 보살이 항상 바로 생각해야 할 열 가지 청정한 법이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일체지에 머무름이 있습니다.

불자여, 또 모든 부처님에게는 한량없이 불가사의한 삼매가 있습니다.

불자여, 모든 부처님에게는 열 가지 걸림 없는 해탈이 있습니다.“

 

 

제 29장 여래상해품 (如來相海品)

 

 

그때 보현보살마하살이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십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부처님의 모습을 말하겠습니다.

부처님 머리에는 대인(大人)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명정(明淨)으로서 서른두 가지의 보배로 장엄하고 한량없는 큰 광명을 놓아 일체 시방 세계를 두루 비춥니다.

또 부처님 머리에는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보조불방편해(普照佛方便海)로서 원만한 여러 가지 보배와 갖가지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습니다. 그것은 금강광명(金剛光明)세계에서 일어난 것으로서, 일체 세계를 두루 비춥니다.

또 부처님에게는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보조(普照)로서,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 세계를 다 나타내고, 금강마니의 묘한 보배 광명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으며, 온갖 보배 꽃뭉치가 떨쳐 일어나는 듯, 일체 법계의 부처 광명을 두루 비춥니다.

또 부처님에게는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평등여래음성등운이구보해(平等如來音聲燈雲離垢寶海)로서 온갖 광명을 놓아 일체 법계, 시방 세계의 보살의 공덕을 두루 비추고, 삼세 부처님의 지혜 바다를 굳건히 세웁니다.

또 부처님에게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무량보광명륜(無量寶光明輪)으로서 과거의 청정한 선근을 나타내 보이고, 청정한 지혜의 빛을 내어 시방의 지혜 바다를 두루 비춥니다.

또 부처님에게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명정운(明淨雲)으로서 보배 꽃과 유리의 달로 한량없는 백천 광명을 놓아 일체 법계와 허공계와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고,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두루 나타냅니다.

또 부처님에게 대인의 모습이 있으니 이름은 각광명운(覺光明雲)으로서, 일체 법계에서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법륜을 굴리는 것을 두루 비춥니다.

불자여, 이처럼 부처님 몸에는 연화장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대인의 모습이 있으며 이 외에 부처님 몸에는 여러 가지 묘한 보배가 장엄되어 있습니다.”

 

 

제 30장 불소상광명공덕품(佛小相光明功德品)

 

 

그때 부처님께서 보수(寶手)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도솔천에 머물면서 큰 광명을 놓는데, 이름은 당왕(幢王)으로서 티끌 수 같이 수많은 세계와 지옥 중생들을 두루 비추어 그 고통을 다 없애고 중생들의 눈, 귀, 코, 혀, 몸, 뜻 등의 모든 감각 기관과 평소에 지은 업을 다 청정하게 한다.

중생들은 그 광명을 보고 모두 기뻐하며, 목숨을 마친 뒤 도솔천에 태어나서 천상의 미묘한 음성을 듣는다. 그 이름은 불가락(不可樂)으로 그 음성은 여러 천자들에게 말한다.

‘방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선지식을 만났기 때문에, 노사나 부처님의 위신력 때문에 저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모두 이 천상에 났습니다.’

그 중생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도솔천에 태어나 천상의 묘한 음성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장하고 장합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노사나보살은 지금 더러움을 떠난 삼매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므로 존경하여야 합니다.’

그때 천자들은 그 하늘이 교화하는 미묘한 음성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신기하고 신기하다. 무엇 때문에 이런 미묘한 소리를 내는가.’

그때 그 음성은 천자들에게 말했다.

‘우리 천상의 음성은 모든 선한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내가 나를 말하면서도 ’나와 내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스스로 자기를 부처라고 말하면서도 자기나 자기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습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마치 수미산에 있는, 삼십 삼천의 깨끗하고 묘한 궁전과 갖가지 오락 도구가 시방으로부터 오지 않은 것처럼 내 천상의 음성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비유하면 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부수어 티끌로 만들고, 그 티끌 수 같은 중생들을 위해 내가 설법하고, 그들의 성질을 따라 모두 기쁘게 하였다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 대해 싫증을 내거나 고달프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방일하거나 교만한 마음을 내지 않는 것처럼 여러 천자들이여, 저 노사나보살이 더러움을 떠난 삼매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오른 손바닥에서 한 광명을 놓아 한량없는 자재한 신력을 내지만 일체 중생이나 성문, 연각들은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당신 네는 저 노사나보살 앞에 나아가 공경하고 예배하며, 오욕에 집착하여 모든 선근을 장애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 천자들이여, 마치 겁이 끝나면 저 수미산을 태워 다 없애는 것처럼, 천자들이여, 오욕이 마음을 결박하면 닦은 바 염불 삼매를 다 없애 버립니다. 그러므로 천자들은 은혜를 갚을 줄 알고, 한결같이 저 노사나보살을 공경하며 생각해야 합니다. 천자들이여,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중생은 죽은 뒤에는 세 가지 나쁜 길에 들어갑니다.

천자들이여, 당신 네는 옛날 지옥에 있다가 광명의 은혜를 받고는 지옥을 버리고 이 천상에 났습니다. 그러므로 그 선근을 잘 길러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천자들은 이 음성을 듣고 한량없는 기쁨에 모두 일만의 꽃구름과 일만의 향구름, 일만의 음악 구름, 일만의 당기 구름, 일만의 일산 구름, 일만의 찬탄 구름 등을 만들고는 노사나보살이 머무는 궁전에 나아가 공경하고 공양한 뒤 한 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노사나보살은 그들을 보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천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 보살은 이미 목숨을 마치고 정반왕(淨飯王)의 집에 태어나서 전단 누각을 타고 마야 부인의 태 안에 계신다.’

그때 여러 천자들은 천안으로 노사나보살 마하살을 관찰하다가 범신천과 욕계의 여러 하늘이 공경하고 공양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천자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우리가 먼저 노사나보살을 공경, 공양하지 않고 한 찰나 사이라도 이 도솔천에 머물면서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그때 여러 천자들은 각각 십 나유타의 천자 권속들과 함께 천상에서 내려와 염부제에 이르러 보살이 머무는 곳으로 가고자 하였다.

그때 천상의 묘한 음성은 다시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 보살 마하살은 목숨을 마치지 않고도 어디든 교화할 만한 이에게는 다 나타납니다. 천자들이여, 마치 나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음성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살 마하살이 더러움을 떠난 삼매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태어나되 허망을 떠나고 교만을 없애며 집착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 보입니다.

그러므로 천자들은 빨리 최고의 바른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을 내어 뜻을 청정하게 하고 위의와 계율에 머물면서 일체 업의 장애와 번뇌의 장애와 과보의 장애와 삿된 견해의 장애를 참회하고, 법계와 허공계와 중생계와 같은 선한 삼업과, 또 중생계와 같은 몸과, 중생계와 같은 머리와, 중생계와 같은 혀로, 네 가지 장애를 참회하시오.’

천자들은 이 음성을 듣고는 모두 크게 기뻐하고 마음과 뜻이 부끄러워져 그 하늘 음성에 물었다.

‘보살 마하살은 어떻게 참회합니까?’

그 하늘 음성은 보살 마하살의 삼매의 힘과 하늘 선근의 힘으로 천자들에게 다하였다.

‘업의 장애 등 그런 죄는 동, 서, 남, 북, 상, 하 어디에도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보살 마하살은 그런 것이 다 착각으로 일어난 것임을 알고는 거기에 의혹을 내지 않습니다.

천자들이여, 이 하늘 음성이 업보의 행을 따르고 계율을 따르며, 기쁨을 따르고 고요한 적멸을 따라 말하는 것처럼, 저 부처님께서 중생들의 탐욕과 분노와 우치를 말하지만 사실은 나도 없고 내것도 없는 것처럼, 짓는 바 모든 업도 시방 어디에서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천자들이여, 이 음성은 생멸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업도 다 그와 같아서 그것은 생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만 업행을 따라 과보를 받는 것뿐입니다.

천자들이여, 이 음성은 한량없는 겁에도 그 끝이 없습니다. 천자들이여, 만일 이 소리가 가거나 오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치우친 견해에 떨어질 것입니다. 중생들을 위한 방편의 설법을 제하고는 어떤 부처님도 단상(斷常)을 말씀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천자들이여, 내 하늘 소리는 시방세계에서 교화를 받을 수 있는 중생은 다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교화를 받을 수 있는 중생은 다 그를 뵈올 수 있습니다.

천자들이여, 맑고 깨끗한 금(金)이나 유리 거울이 시방세계와 같다면 그 거울에는 시방 세계가 다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산천과 모든 중생, 지옥 아귀 등의 곱고 추한 여러 가지 형상들이 다 거기에 나타날 것입니다.

천자들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영상들이 그 거울에 들어온 것입니까.’

‘아닙니다.’

‘천자들이여! 일체 모든 업보도 그와 같아서, 오가는 곳이 없으면서 선근의 과보를 잘 내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요술쟁이가 사람의 눈을 어리게 하는 것처럼 모든 업도 그와 같음을 알아야 하나니, 만일 이렇게 알면 그것을 청정하고 진실한 참회라 합니다.’

이렇게 말하자 백 천만억 나유타 세게 티끌 수 같은 모든 천자들은 다 생멸 없는 법인(法認)을 얻고, 불가사의한 아승지 세계의 천자들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욕계 육천의 모든 천녀들은 모두 여자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어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때 그 천자들은 보현보살의 회향하는 선근을 자세히 듣고는 모두 십지(十地)의 힘을 얻고 삼매를 갖추며, 삼업을 성취하고 일체의 장애를 다 없애 청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백천만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연꽃에는 보살들이 다 가부하고 앉아 큰 광명을 놓으며 보살들의 낱낱 형상에서 중생계와 같은 광명을 놓고, 그 광명 속에서는 중생계와 같은 부처님이 가부좌하고 앉아 구제할 수 있는 중생들에게 설법하지만 그들은 더러움을 떠난 삼매를 조금도 보지 못하였다.

그때 천자들은 그 낱낱 털구멍에서 변화로 중생계와 같은 묘한 향과 꽃구름을 만들어 노사나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낱낱 꽃 속에서 모든 부처님을 보았다.

그때 그 향구름은 한량없는 티끌 수 같은 세계에 풍기어 향내를 맡는 중생은 몸과 마음이 다 즐거워졌다. 마치 넷째 선정에 든 비구처럼 그 향내를 맡는 중생은 온갖 죄업의 장애가 다 없어졌다.

즉 빛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등에 있어서 그 안에 있는 오백 가지 번뇌와 그밖에 있는 오백 가지 번뇌와 이만 일천 가지 탐욕의 번뇌와 분노의 번뇌, 우치의 번뇌 등, 모든 번뇌가 다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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