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60년대와 70년대의 마카로니 웨스턴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가
소위 칼국수 웨스턴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찍은 칼국수 웨스턴....
이렇게 설정하면 아주 재미난 영화다.
그러나 만약 호화캐스팅에 감성이 풍부한 작가의 멋진 작품을
기대한다면 한심한 기대이다.
마치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예술을 찾는 것과 같다.
칼국수웨스턴의 진수중에 하나는 똥꼬 찔러죽이기 젊잖게 표현
하면 비룡격항문공(飛龍擊肛門功)이라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비전의 한국고유의 무공이다. 이 무공은 일인전승이 원칙이나
한번 보면 누구나 따라하는 기괴한 필살기이다.
송강호만이 구사하는 이 무공은 곧 어린제자들도 따라하니 참
수재들이다....요새 애들...
시간도 공간도 지맘대로인 마카로니 웨스턴처럼 칼국수
웨스턴도 지맘대로 설정이지만 꽤 재미있다. 지맘대로니까
내 맘대로 보면 된다. 실컷 웃다가 허기진 배를 달랠 곳을
찾는다면 이 영화 잘 본 것이다.
잘생긴 외모에 멋진 정우성....그러나 폼만 멋진 남자....
그에 맞는 배역....
송강호 늘 해오던 코믹연기.... 그배역 그대로...
이병헌 ... 파격연기변신.... 멋진 연기... 이 영화에서 이병헌의
연기를 빼면 영화 맛이 팍 죽어버린다. 그런데 이병헌의 연기는
너무 공을 많이 들여서 정말 연기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놀라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데는 박수.
좋은 놈은 누구며 나쁜 놈은 또는 이상한 놈은 누구인가.
시작은 정우성-좋은 놈, 이병헌-나쁜 놈, 송강호-이상한 놈.
그러나 끝에 가면 이병헌이 진짜 나쁜놈이 맞나하고 느껴진다.
속임수의 달인 송강호가 바로 나쁜 놈은 아닌가하고
그러다보면 정우성이야말로 이상한 놈이 된다.
특별히 기대할 철학은 없더라도 감독이 파놓고 싶은 복선은
이렇게 완성된다.
인생을 살면서 좋은 놈에게 배신당하고 절망하다 이상한 놈
만나 헷갈려하지만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놈들- 성직자 철학자...등 (에구 나 욕할라)
나쁜 놈이 오히려 삶의 교훈을 주기도 하니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하나님(Der Herr)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의 대화를 통해 재밌는
말을 한다.
하나님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 무리를
창조한 것은 인간이 교만과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쁜 놈 메피스토펠레스는 역사에 길이 남는 명대사를 읊었다.
학생을 유혹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여보게 친구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푸르른 것은 인생이라는
황금빛 나무일새"(Glau teur Freund ist alle Theorie und grϋn
des Lebens goldner Baum)
후대에 파우스트를 100번 봤다는 혁명가 엥겔스는 이 구절을
표절하여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들판의 푸른
나무이다"라고 큰소리 쳤으니 표절 이거 잘만하면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천 년 전에 청원유신(靑原惟信) 스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라고 했는데, 표절자 성철스님 당대최고 고승이 되고 이 말도
자기 말이 되어버리니 참 표절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가?...
ㅎㅎㅎ
웃자고 한 얘기다 깊이 있게 생각 마시길.
김지운 감독도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얼마나 많이 표절했을까?
매니아들은 알 것이다.
그럼 어때?
잘된 표절 길이 역사에 우뚝 서는데
다시 돌아와서 애기하자. 김지운 감독이 달콤한 인생에서 썼던
복선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정우성의 입을 통해 그나마
한 가지 철학을 제시한다. “원하는 무언가를 쫓는 자는 그걸
원하는 또 다른 자에게 쫓긴다. 그래서 영원히 쫓고 쫓기는 게
인생이다."
우리네 인생이 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놈입니까?
난 나쁜 놈이 좋다.
누가 나보고 그랬으니까..
나쁜 놈...ㅎㅎㅎ
2008년 7월17일 自由 ....紫霞仙人 遊於世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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