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방 떠나는 심선자 (心禪者) 를 보내면서
여러 곳에 나아가 도를 묻는 것, 다른 목적 아니요
다만 그 자신이 바로 집에 가기 위해서이네
허공을 쳐부수어 한 물건도 없으면
백천의 부처도 눈 속의 모래이리라
참방 떠나는 명산자 (明禪者) 를 보내면서
뜻을 내어 참방하는 것 다른 목적 아니요
공겁 (空劫) 이 생기기 이전을 밝히기 위해서네
주장자에 갑자기 두 눈이 열리면
눈에 보이고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이 다 격식 밖의 선 (禪) 이리
참방 떠나는 상선자 (湘禪者) 를 보내면서
채찍으로 치는 공부가 눈과 서리 같거니
부디 그 중간에서 헤아리려 하지 말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쳐 구르면
마른 나무에 꽃이 피어 겁 (劫) 밖에서 향기로우리니
다른 날에 와서 나와 만날 때에는
임제 (臨濟) 의 미친 바람이 한바탕 나타나리라
부모를 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휴선자 (休禪者) 를 보내면서
붉은 살덩이는 어머니의 피에서 생겨났거니
그것은 오로지 부모의 힘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의 이름 없는 물건이 있어
음양 (陰陽) 에 속하지 않고 영원히 있다
부모를 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사미 (璉沙邇) 를 보내면서
수십 여 주 (州) 의 길이 먼데
누런 잎 나부끼며 고향으로 보내 주네
당당히 아들과 어머니가 서로 만나는 날에는
마음껏 기뻐하며 하하 크게 웃으라
참방 떠나는 초선자 (初禪者) 를 보내면서
남쪽에는 천태산 북쪽에는 오대산
아침에는 돌아오고 저녁에 떠나는 것 참으로 신기하다
언젠가 모르는 사이에 몸을 뒤집어버리면
위음왕불 겁 밖을 뚫고 지나오리라
경선자 (瓊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관문을 뚫고 나서면
산하와 대지가 거꾸로 달리나니
물 밑에서 불이 일어 허공을 사르고
초목과 총림들은 사자후를 하는구나
향선자 (向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신령스런 광명이 호젓이 빛나 근진 (根塵) 을 벗어났나니
앉거나 눕거나 또 거닐거나 묘진 (妙眞) 을 나타내네
단박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내디디면
온갖 사물이 그대로 법왕 (法王) 의 몸 드러내리
언선자 (彦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거든 부디 죽은 공 〔頑空〕 에 집착말라
죽은 공에 집착하면 도를 통하지 못하리라
어젯밤에 달이 동쪽 언덕에서 솟아나더니
날이 밝자 또 하나 붉은 해를 보는구나
수선자 (修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몸과 마음이 본래 빈 것임을 분명히 알면
어디서나 가풍을 펼치기에 무엇이 방해되리
비록 모든 사물에 분명히 나타났으나
다시 그 온 곳을 찾으면 자취가 없다
성선자 (成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묘한 도를 훌륭히 성취해도 별로 신기할 것 없고
다만 당사자 그 사람이 결정하는 때에 있다
허공을 쳐부수어 모두 가루 만들면
백천의 부처에 대해 결코 의심 없으리
연선자 (演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크게 의심 일으키되 부디 중단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모두 다 그 의심덩이 되게 하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겁 밖의 신령한 빛이 싸늘히 담 (膽) 을 비추리라
인선자 (仁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사물에 응할 때는 분명하나 보려 하면 공하고
티끌마다 세계마다에 그 작용 한이 없네
여기서 모르는 사이에 두 눈이 활짝 열리면
호랑이 굴이나 마구니 궁전에서도 살길이 트이리라
여선자 (瓈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이 빛나는 마음 구슬을 보는가
여섯 창에 모두 나타나 조금도 차별 없다
나타나는 그곳에서 분명히 알면
산하대지가 다 같은 한 집이리라
엄선자 (儼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고 도를 배우는 것 다른 길 없고
용맹스레 공부해야 비로소 성취하리
단박에 허공을 가루 만들면
돌사람의 뼛속에 땀이 흐르리
소선자 (紹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지금까지의 온갖 견해 모두 쓸어버리고
화두를 굳게 들어 빨리 힘 〔功〕 을 들여라
하루 아침에 어머니 뱃속에서 갓난 면목을 알아버리면
호랑이 굴이나 마구니 궁전에서도 바른 길이 뚫리리
해선자 (海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을 하거든 그 근원을 알아내야 하나니
무 (無) 가운데서 묘한 도리를 구하지 말라
단박에 온몸을 던져버리면
공겁 이전 소식이 눈앞에 나타나리
현선자 (玄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에는 무엇보다도 신심이 으뜸이니
씩씩하게 공부하되 채찍을 더하라
어느 결에 의심덩이가 가루가 되면
진흙소가 겁초 (劫初) 의 밭을 갈리라
뇌선자 (雷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각 (覺) 의 성품에는 미혹도 없고 깨침도 없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활짝 열려 있나니
여기서 다시 묘한 도리를 구하려 하면
어느 겁에도 법의 천둥 떨치지 못하리라
의선자 (義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모름지기 장부의 용맹내기를 기약하고
공부에 달라붙어 힘써야 하리
하루 아침에 마음이 끊어지고 정 (情) 이 없어지면
무딘 쇠나 굳은 구리쇠도 눈이 활짝 열리리라
보선자 (寶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다급히 공부하여 일찌감치 의심을 결단하고
부질없는 일로 세월을 허송 말라
하루 아침에 갑자기 내 집 보배 얻으면
부처와 조사가 오더라도 부러워하지 않으리
성선자 (惺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화두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되
거닐거나 앉거나 눕거나 의심덩이를 일으키라
의심덩이 깨어져서 허공이 뒤바뀌면
거꾸로 쓰거나 가로 들거나 한 끝을 나타내리
덕시자 (德侍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을 하려거든 장부의 마음을 내야 하나니
바짝 다가붙고 항상 가지면 도가 절로 열리리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목숨이 다하면
한번 뒤엎고는 마음껏 웃고 돌아오리라
수선자 (修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하루 종일 항상 바짝 달라붙어
잡고 놓고 하면서 급한 채찍 더하라
생각 〔情〕 이 없어지면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되어
허공을 쳐부순 주먹 하나뿐이리라
고선자 (孤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진심 (眞心) 이 본래 호젓한 것임을 깨닫고 나면
거닐거나 앉거나 눕기가 많은 길이 아니다
그때 단박 물결 속에 달을 밟으면
비로소 한가로운 오호 (五湖) 에 가득하리
당 도원 (唐道元) 이 게송을 청하다
참선은 다만 의심덩이를 일으키는 데 있나니
끊임없이 의심하여 불덩이처럼 되면
모르는 사이에 온몸을 모두 놓아버리고
항하수 모래 같은 대천세계가 한 터럭 끝만 하리라
철선자 (徹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모든 인연 다 놓아버리고 철저히 공 (空) 이 되면
거닐거나 앉거나 눕거나 그 모두 주인공이다
단박 산을 뒤엎고 물을 다 쏟아버리면
칼숲지옥 칼산지옥에서도 빠져나올 길 있으리
담선자 (曇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할 때는 부디 인정 (人情) 을 쓰지 말라
인정을 쓰면 도를 이루지 못하리라
한번에 그대로 추위가 뼈에 사무쳐야 하니
어찌 항아리 울림으로 종소리를 만들리
용선자 (瑢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산 같은 뜻을 세워 빨리 앞으로 나가고
부디 게으름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라
단박에 허공의 뼈를 때려내면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격식 밖의 선이리
휴선자 (休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공부에 달라붙어 부디 쉬지 말지니
뒤치고 엎치면서 `이 무엇인가' 하라
위험과 죽음을 무릅써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절벽에서 손을 놓아야 바로 장부이니라
여러 선자 (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모든 인연 다 놓아버리면 마음이 비고
철저히 흩어버리면 그 효험을 보리라
몸을 따르는 주장자를 거듭 들고서
어디서나 사람을 만나거든 고풍 (古風) 을 드러내라
참선을 하면 부디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나니
그 관문 뚫지 못하거든 한가히 보내지 말라
모르는 사이에 목숨을 모두 잃어버리고
하늘과 땅에 사무치도록 털과 뼈가 차가우리
산처럼 뜻을 세워 바짝 달라붙으면
그로부터 큰 도는 저절로 열리리라
몸을 뒤집어 위음왕불 밖으로 한 번 던지면
삼라만상이 모두 한바탕 웃으리라
도를 배우고 참선하려면 산처럼 뜻을 갖고
굳건히 뜻을 세워 끊임없이 공부하라
온 하늘에 목숨 걸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속속들이 맑고 맑음이 담 (膽) 까지 서늘케 하리라
도를 배우고 참선하는 데는 별뜻 없나니
마치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듯 하라
두 눈이 활짝 열려 같이 밝아지면
위음왕불 공겁 이전을 환히 비추리라
당 지전선자 (唐 智全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고 도를 배움에는 신심이 뿌리 되나니
신심이 눈 푸른 오랑캐 중 (달마) 을 뛰어넘으면
마음대로 완전히 죽이고 살리리니
그로부터 악명이 강호 (江湖) 에 가득하리
영선자 (鈴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등골뼈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다급히 채찍질하여
공겁이 생기기 전의 일을 반드시 밝혀라
갑자기 한 번 부딪쳐 허공이 찢어지면
다리 없는 쇠소 〔鐵牛〕 가 대천세계를 달리리라
난선자 (蘭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고 참선함에는 용맹이 있어야 하나니
화두를 들되 혼침 (昏沈) 에 빠지지 말라
의심덩이를 쳐부수고 허공을 굴리면
한 줄기 차가운 빛이 고금을 녹이리라
명선자 (明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이사는 원래 팔인데
그 누가 의심 없는가
거기서 다시 현묘한 경계를 구하면
그대로 여섯 구덩이에 떨어지리
혜선자 (慧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애정을 끊고 부모를 하직하고 각별히 집을 나왔으니
공부에 달라붙어 바로 의심 없애라
목숨이 딱 끊겨 하늘이 무너지면
오뉴월 뜨거운 하늘에 흰 눈이 날리리라
왕선자 (旺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공부에 바짝 달라붙어 몸을 싹 잊어버리고
부디 저 빛깔이나 소리를 따르지 말라
다만 한 번 몸소 깨칠 때에는
시방의 어느 곳이나 두렷이 밝으리라
운선자 (雲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움은 마치 불덩이를 가지고 노는 것 같거니
끊임없이 가까이 지켜 사이를 두지 말라
단박에 부딪쳐 허공을 굴리면
만 리에 구름 없고 가을빛이 차가우리
연선자 (然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고 참선할 때는 언제나 용맹하여
세간의 잡된 생각은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단박 어머니 태에서 갓난 면목을 움켜잡으면
찬 빛이 허공을 녹이는 것 비로소 믿게 되리라
통선자 (通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산처럼 뜻을 세워 결정코 기약하고는
스승을 찾고 벗을 가려 항상 화두 지켜라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철저히 온몸에 바른 눈 열리리라
지선자 (志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움에는 뜻을 쇠처럼 하고
공부할 때는 항상 달라붙어라
갑자기 한 소리 탁 터지면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리라
공선자 (空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공부에 바짝 달라붙어 틈이 없게 하고
마음씀을 등한히 하지 말라
맑은 못의 가을달을 번뜻 한 번 밟으면
항하수 모래 같은 대천세계에 바른 빛이 차가우리
준선자 (遵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조사가 전한 그 마음 알려 하거든
부디 차갑게 앉아 애써 생각에만 잠기지 말라
번뜻 찾을 것 없는 곳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신광 (神光:혜가) 이 눈 속에 서서 찾던 일을 웃어주리라
심선자 (心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는 일 별것 아니요
그 사람의 굳은 의지에 있다
모든 것 한꺼번에 놓아버리면
물음마다 지우 (知友) 이리라
담선자 (湛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믿고 믿고 또 믿어 의심 없으면
담담하고 비고 통해 성품이 저절로 열리리니
그로부터 세상의 시끄러움에 끄달리지 않아서
위음왕불 겁 밖에서 마음대로 오고가리라
진선자 (珍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문을 나서면 걸음걸음에 맑은 바람 넉넉한데
동서남북 어디고 아무 자취 없어라
주장자를 거꾸로 들고 두루 돌아다니지만
그것은 원래 한 터럭 속에 있는 것이네
고선자 (孤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지팡이에 해와 달을 메고서 산천으로 다니나니
당당한 그 의지가 저절로 굳세지고
갑자기 짚신의 날이 끊어지는 때
한번 밟은 참다운 경계 오묘하고 오묘하네
온선자 (溫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주장자를 비껴 들고 행각 길 떠나나니
그 기세는 전장에 나가는 장군과 같다
갑자기 사람을 만나 바른 법령 휘두를 때는
하늘 땅이 뒤집혀도 보통일일세
연선자 (演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납자의 가풍이란 별일 아니니
한 쌍의 짚신으로 강산을 누비다가
홀연히 오던 때의 길을 밟을 적에는
모골이 시리도록 맑고 맑으리
주선자 (晭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묘한 도가 분명한데 이것을 보는가
모든 것에 나타나나 대단한 것 아니다
그대 지금 확실한 이것을 알면
몇 걸음 옮기지 않고 단박 집에 돌아가리
질선자 (晊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고 참선함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온갖 인연 다 쓸어버리면 그 효험 〔功〕 을 보겠지만
그것마저 끊어지고 마음이 사라진 곳에
물물마다 옛 풍모 드러나리
요선인 (瑤禪人) 이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고 도를 성취하는 일 별로 대단할 것 없나니
그 사람이 용맹을 기약하는 데 달렸네
물도 다하고 산도 끝나는 곳에 그대로 이르면
바퀴 같은 마음달이 모든 빛을 무색케 하리
수선인 (修禪人) 이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고 참선함에는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가
반드시 마음자리를 밝히고 뜻이 완전히 뛰어나야 하네
하루 아침에 찬 못의 달을 밟아 부수면
맑고 한없는 바람이 푸른 하늘에 떨치리
지선자 (持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도를 배우고 참선함에는 머뭇거리지 말지니
어금니를 꽉 다물고 화두에 달라붙어야 하리
갑자기 온몸에 땀이 쭉 빠지면
석녀 (石女) 의 눈이 분명히 활짝 열리리
요선자 (了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어디에서 나와서 죽어서는 어디로 가는가 하고
하루 종일 항상 의심을 일으켜라
갑자기 의심덩이가 부서져 가루되면
뜨거운 유월 하늘에 눈과 서리 날으리라
희선자 (希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조주 (趙州) 의 `무 (無) '자 화두 하나를 들되
쉴 새 없이 부딪쳐 들어가 끊이지 않게 하라
갑자기 온몸에서 땀을 한번 쭉 빼면
산하대지가 한 군데 들어오리
양선자 (良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그대로인 본 성품이 어디에 있는가
빈틈없이 빛을 돌이켜 부디 잊지 말지니
갑자기 온몸에서 땀을 한번 빼고 나면
티끌마다 세계마다 감출 것이 없으리라
신상인 (神上人) 이 게송을 청하다
참선이란 원래 복잡한 것 아니요
다만 그 사람의 산 같은 의지에 달렸다
단박 한 소리에 몸소 그 땅 밟으면
온몸의 뼛속까지 눈과 서리 차가우리
보선자 (普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본래 그대로여서 지어진 것 아니거니
어찌 수고로이 밖에서 따로 이치 구할 것인가
다만 한 생각으로 마음에 아무 일 없으면
목마르면 차 달이고 피곤하면 잠을 자리
행선자 (行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본래 그대로인 묘한 도를 그대 아는가
딴 곳에서 찾으면 헛수고만 하리니
빛을 돌이켜 몸소 밟아보기만 하면
어디 가나 걸음마다 집을 떠나지 않으리라
원선자 (元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원래 묘한 도는 자체가 비었거니
무엇하러 허망하게 글을 써서 남에게 보일 것인가
한 생각에 몸 생기기 전의 일을 알아차리면
기막힌 말과 묘한 글귀가 모두 다 티끌되리
징선자 (澄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맑고 맑은 성품바다는 끝없이 넓어
어떤 부처도 감히 그 앞에 나아가지 못하나니
낱낱이 원만히 이루어져 언제나 스스로 쓰고
물물마다 응해 나타나는 것 본래 천연한 그것이네
온선자 (溫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을 하는데는 조사의 관문을 지나야 하나니
관문을 지나지 못했거든 부디 등한하지 말라
갑자기 빛을 돌이켜 몸소 알아차리면
온 하늘과 온 땅에 모골이 시리리
임선자 (霖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자기의 참마음은 일정한 곳 없거니
흰 종이에 묘한 말씀은 찾아 무얼하는가
한 구절에 종지 (宗旨) 를 밝혔다 해도
바른 눈이 열렸을 때 본원 (本源) 을 미혹하리
오선자 (唔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을 하는 데는 하나가 가장 중요하나니
빨리 공부 더하여 앞으로 나아가라
단박에 이 생명을 모두 잃어버리면
당당히 조사선을 깨달으리라
명선자 (明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참선하는 데는 별일이 없고
그 사람의 용맹스런 공부에 달렸다
단박에 제 생명 잊어버리면
모든 법마다 한 터럭에 통하리라
천선자 (泉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공부를 하여 끝까지 갔을 때는
묘하고 기막힌 말 모두 마땅치 않네
갑자기 한 소리에 몸소 그 땅 밟으면
하늘 땅을 뒤엎으며 온 기틀 〔機〕 을 굴리리라
지선자 (持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빨리 공부하라, 이르다 하면 늦으리니
하물며 저만치 오는 때를 기다리랴
권하노니 그대 빨리 몸을 뒤집어버리면
뼛속까지 온 하늘에 한 기틀 깨치리라
중선자 (仲禪者) 가 게송을 청하다
마음을 닦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라
철벽 (鐵璧) 과 은산 (銀山) 도 열리리니
부모가 낳아주기 전의 면목을
그로부터 직접 한번 보고 오리라
임금의 덕을 칭송하다
거룩한 덕 높고 높아 호젓하고 담담하니
맑고 맑은 사해바다에 상서로운 연기 이네
막야검 (劍) 휘두르는 곳에 천지가 고요하고
바른 법령 행해질 때 이치와 일이 완전하다
길에 가득한 노랫가락은 황제의 덕화를 드날리고
온 성안의 칭송은 왕업을 도와 후세에 전하도다
요 (堯) 임금 바람과 순 (舜) 임금 해가 언제나 펼쳐지리니
당당한 우리 임금님 만만세를 누리소서
임금의 복위 (復位) 를 칭송하다
비로불에 눌러앉아 법계에 임하니
그로부터 온 우주가 맑고 편안하리
티끌마다 세계마다 모두 순조롭나니
임금의 해는 언제나 밝아 사해바다가 고요하다
연말에 은혜에 보답하며
인왕 (人王) 이 존귀한가, 법왕 (法王) 이 존귀한가
인과 법을 아울러 행하면 그것이 가장 높네
우리 임금님은 방편 〔權〕 과 여실한 도 〔實〕 를 아울러 행하거니
단단하고 굳센 그 몸 〔正體〕 은 만년의 봄일레라
임금님 덕 높고 높아 사해바다가 다 맑고
산속까지 매우 고요해 편안함을 즐기나니
때때로 자리를 깔고 앉아 별다른 일이 없어
적적하고 긴긴 날에 태평성대 감사하네
왕태후 (王太后) 께 올림
거룩한 마야 (摩耶) 부인이 천궁에서 내려와
이 삼한 (三韓) 의 나라에 나타나셨네
또 이 탁한 세상에 성왕 (聖王) 을 낳으셔서
불법을 펴서 만년토록 전하게 하시다
묘정명심 (妙淨明心) *을 물으신 임금님께 답함
묘하고 깨끗하고 밝은 마음 〔妙淨明心〕 이란 어떤 물건인가
부디 표현한 그 말에 집착하지 마시오
산과 물과 해와 달과 또 많은 별들과
모든 것에 녹아져서 그 자체 역력합니다
임금님이 다시 평산화상 (平山和尙) 찬탄하기를 청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가슴 속의 독한 기운
불조도 감히 그 앞에 나아가지 못하네
임제 (臨濟) 의 미친 바람이 바다 밖까지 불었나니
삼한 (三韓) 의 임금님 방에서 만년을 전해가리
영창대군 (永昌大君) 에게 주는 글
한 생각 잊을 때는 아주 분명해
아미타불은 딴 고장에 있지 않으리
온몸이 앉거나 눕거나 다 연꽃 나라요
곳곳이 그 모두가 극락당 (極樂堂) 이네
염시중 (廉侍中) 에게 주는 글
본래 완전히 이루어져 말에 있지 않거니
어찌 수고로이 입을 열어 그대 위해 말하랴
한 생각 일어나기 전에 화두를 들어
위음왕불을 번뜻 밟으면 벌써 저쪽이리라
시중 이암 (侍中 李) 에게 주는 글
항하사 세계를 두루 감싼 맑고 묘한 그 몸은
인연 따라 굽히기도 하고 펴기도 하네
얼굴 문으로 드나드나 자취가 없고
성인이고 범부고 그 주인 되네
시중 윤환 (侍中 尹桓) 에게 주는 글
텅 비고 밝은 한 조각 매우 오묘하거니
그 가운데 어찌 정 (正) 과 편 (偏) 이 있으랴*
위음왕불 겁 밖의 신령스런 지초 (芝草) 는
봄바람을 기다리지 않고도 빛깔이 저절로 선명하다
이상 황석기 (二相 黃石奇) 에게 주는 글
말이 있기 전이라 글귀가 없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가
묘한 말도 원래는 눈 속의 티끌이네
비야리성 (毘耶離城) 유마 〔金粟〕 의 뜻*을 알고 싶은가
수고로이 입을 열지 않고 현인 (賢人) 을 대하였네
위복 상공 (威福 相公) 에게 주는 글
원래 텅 비어 한 물건도 없는데
사람들은 밖을 향해 부질없이 허덕이네
전해 받을 일정한 법 없거니
무엇하러 신광 (神光:혜가) 은 눈 속에 서서 구했던가
남창 전상공 (南窓 田相公) 에게 주는 글
한 손바닥 휘둘러 향상관 (向上關) 을 열어제치니
밑바닥까지 티끌을 벗고 기뻐하며
또 한번 몸을 던져 뒤집어버리면
온 땅과 온 하늘에 눈서리 차가우리
이상서 (李尙書) 에게 주는 글
사원을 중수하고 사방 손님 접대하니
남북의 납자들이 갔다 다시 돌아오네
이제 서방극락에 마음 두어 부지런히 염불하라
상품 (上品) 연화대가 저절로 열리리라
이소경 (李少卿) 에게 주는 글
헛이름을 잘못 듣고 멀리까지 왔거니
정성이 지극한 곳에 윤회를 면하리라
승속과 남녀를 막론하고
한번 몸을 던져 뒤집으면 바른 눈이 열리리라
상국 홍중원 (相國 洪仲元) 에게 주는 글
높은 몸을 굽히고 피곤함도 잊고 멀리 산에 올라
다시 깊은 암자를 지나서 도 닦는 이를 찾았나니
도를 향하는 정성이 간절하고 알뜰하면
반드시 조사의 관문을 뚫고 지나가리라
세상의 이익과 공명이 몇 해나 가겠는가
세어보면 다만 백년뿐인 것을
하루 아침에 진공 (眞空) 의 땅을 밟아버리면
성인도 범부도 뛰어넘어 겁 이전을 뚫고 가리라
신상국 (辛相國) 에게 주는 글 ․2수
1.
신광사 (神光寺) 에서 헤어진 뒤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여러 해 서로 생각하면서 마음 속에 두었더니
오늘 나침에 갑자기 만나 바라보고 웃을 때
깊은 그 뜻을 누가 알 수 있으리
2.
문 앞의 한 가닥 길이 장안 (長安) 으로 뚫렸는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돌아올 줄 모르는가
눈썹이 가로 찢어진 눈 위에 있음을 문득 깨달으면
힘들여 도 닦지 않고도 마음이 기뻐지리
각정거사 (覺玎居君) 에게 주는 글
겁 전에도 겁 뒤에도 그 하나는
미혹도 떠나고 깨침도 떠나 가리고 감춘 것 없어라
나는 지금 두 손으로 정성껏 건네주어
여러 사람들에게 이러쿵저러쿵하게 하리라
변선인 (卞禪人) 에게 주는 글
도를 배우려면 반드시 끝내기를 기약하여
스승을 찾고 벗을 가려 맞부딪쳐 가야 한다
절벽에서 손을 놓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바닥에서 하늘까지 눈이 활짝 열리리
연선자 (演禪者) 에게 주는 글
당당한 묘도 (妙道) 는 어느 곳에 있는가
밖으로 애써 찾아다니지 말라
하루 아침에 두 눈이 제대로 활짝 열리면
물색이나 산빛이 바로 본래 마음이리라
심수좌 (心首座) 에게 주는 글
참마음은 본래부터 빈 것임을 깨달으면
어디로 오가든지 다니는 자취 없으리라
자취 없는 그 자리를 확실히 알면
하늘 땅을 뒤집어 바른 눈이 열리리라
각자선인 (覺自禪人) 에게 주는 글
도를 배우려거든 부디 강철 같은 뜻을 세우고
공부를 하려면 언제나 바짝 달라붙어야 하리
갑자기 탁 터지는 그 한 소리에
대지와 허공이 모두 찢어지리라
염불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글 ․8수
1.
깊고 고요해 말이 없으매 뜻이 더욱 깊었나니
묘한 그 이치를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앉고 눕고 가고 옴에 다른 일 없고
마음 가운데 생각 지니는 것 가장 당당하여라
2.
자성 (自性) 인 아미타불 어느 곳에 있는가
언제나 생각생각 부디 잊지 말지니
갑자기 하루 아침에 생각조차 잊으면
물건마다 일마다 감출 것이 없어라
3.
아미타불 생각할 때 부디 사이 떼지 말고
하루 종일 언제나 자세히 보라
하루 아침에 갑자기 저절로 생각이 붙으면
동쪽 서쪽이 털끝만큼도 간격 없으리
4.
사람들 잘못 걸어 고향에 돌아가지 않기에
이 산승은 간절히 또 격려하나니
문득 생각의 실마리마저 뜨거운 곳에 두면
하늘 땅을 뒤엎고 꽃 향기 맡으리
5.
생각생각 잊지 말고 스스로 지녀 생각하되
부디 늙은 아미타불을 보려고 하지 말라
하루 아침에 문득 정 (情) 의 티끌 떨어지면
세워 쓰거나 가로 들거나 항상 떠나지 않으리라
6.
아미타불 어느 곳에 있는가
마음에 붙들어 두고 부디 잊지 말지니
생각이 다하여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여섯 문에서는 언제나 자금광 (紫金光) 을 뿜으리라
7.
몇 겁이나 괴로이 6도 (六途) 를 돌았던가
금생에 인간으로 난 것 가장 희귀하여라
권하노니 그대들 어서 빨리 아미타불 생각하고
부디 한가히 놀면서 좋은 기회 놓치지 말라
8.
6도에 윤회하기 언제나 그칠 것인가
떨어질 곳 생각하면 실로 근심스러워라
오직 염불에 기대어 부지런히 정진하여
세상 번뇌 떨어버리고 그곳에 돌아가자
연상인 (衍上人) 에게 주는 글
참선은 제 마음을 참구해 갖는 것이니
부디 다른 물건따라 밖에서 찾지 말라
적적 (寂寂) 하면 다시는 사념 (邪念) 일지 않고
성성 () 한데 어떻게 화두가 어두우랴
등골뼈는 바로 한 가닥의 쇠이며
터럭은 만 냥 금을 녹여내니
60년을 그저 이렇게 나아갈 때는
총림을 압도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않게 되리
시중 행촌 이암 (侍中 杏村 李巖) 에게 주는 글
대지에 봄이 돌아와 세계마다 풀렸는데
살구꽃 마을 〔杏花村〕 속에 경치가 무궁하다
남쪽에서 온 제비의 지저귐은 한가한 방안에 드는데
북쪽으로 가는 기러기 소리는 고요한 하늘을 뚫는다
비는 빨간 복숭아꽃을 씻으면서 묘한 이치를 펴고
바람은 흰 배꽃에 불면서 그윽한 종지를 떨친다
티끌마다 서쪽에서 온 뜻을 한꺼번에 노래하거니
어디 가서 애써 조사 늙은이 찾으랴
안렴사 김정 (按廉使 金鼎) 에게 주는 글
당당한 보배그릇이 집 안에 있는데
사바세계의 값으로 자취를 나타냈네
세 뿔은 3계 밖에 높이 뛰어났고
한 몸은 하나의 진공 (眞空) 세계를 둘러쌌다
하늘에 통하는 큰 입에는 서리꽃이 희고
뱃속에 가득한 식은 재는 빨간 불꽃을 피운다
이것이 바로 견고하고 오묘한 자체이니
항하사 겁에 그 작용 무궁하리
판서 박성량 (判書 朴成亮) 에게 주는 글
화두의 마지막 한 구절을 들되
반복하고 반복하여 의심을 일으켜라
의심하고 의심하다 의심이 없는 곳에서
허공을 걷어 엎고 한 번 크게 웃으리라
전덕림 (全德林) 에게 주는 글
완전한 덕으로 숲을 이루어 네 경계를 이루었나니
당당한 자체와 작용이 가장 확연하구나
그로부터는 번뇌스러운 꿈을 다시는 꾸지 않아
날마다 항상 공겁 이전의 세계로 다닌다
일을 계기로 대중에게 설법함
부디 평생의 처음 뜻을 따르고
남이 좋다 싫다 하는 것에 끄달리지 말라
좁은 입을 열 때는 뜻을 얻어야 하고
깊숙한 방울 늘 닫아둠은 세속 일을 잊기 위해서이다
때때로 티끌 번뇌 없애고
생각생각 도력을 약하게 하지 말라
백년의 광음이 얼마나 된다고
부질없이 뜬 세상의 시비를 보는가
대중에게 설법함
산과 강 온갖 형상이 별처럼 흩어졌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별것 아니니
구부러진 나무와 서린 소나무는 모두 바로 자신이며
기이한 바위와 괴상한 돌도 다 남은 아니다
푸른 봉우리는 모두 고승 (高僧) 의 방이 되고
흰 묏부리는 그저 묘성 (妙聖) 의 집이 되니
여기서 다시 참되고 확실한 것 따로 구하면
분명 괴로운 사바세계 벗어나지 못하리라
홍시중 (洪侍中) 에게 주는 글
황제의 덕화 널리 퍼져 묘하고 참됨을 나타내어
삼추 (三秋) 의 사법 (四法) 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나니
어찌 당장에 털끝만한 기틀인들 드러내려 하겠는가
얼음과 눈은 겹겹하여 한 점 티끌도 없네
염시중 (廉侍中) 에게 주는 글
지극히 존귀하고 높으신 분
숲속으로 가난한 이 도인을 찾아오셨네
오늘에 존귀한 몸 무엇하러 오셨던가
세세생생에 나와 함께 참됨 〔眞〕 을 닦기 위함이리라
하찰방 (河察訪) 에게 주는 글 ․2수
1.
맑은 풍채 늠름한 한 지방의 관리가
숲속의 도인을 찾아주었네
멀지않아 단박에 몸을 뒤집어 내던지면
구름에 오른 두루미인 듯 뼈와 털이 차가우리
2.
날마다 온갖 문서 책상에 가득한데
얼음이나 옥처럼 맑고 깨끗해 아무런 어려움 없네
그때그때마다 판단하는 일 누구 힘을 입었던가
권하노니 빛을 돌이켜 스스로를 비춰 보라
교주 (交州) 도안부 (道按部) 에게 주는 글
맑은 명성을 들은 지는 오래였는데
오늘 만나보매 과연 의심할 것 없구나
이 (理) 와 양 (量) * 두 쪽 다 투철하나니
지금부터 우리나라 저절로 편안하리
지수좌 (智首座) 에게 주는 글
절벽에서 한번 손을 놓아버리면
삼라만상에서 눈이 활짝 열리리
그로부터는 백천의 모든 불조들
그대와 함께 같은 눈으로 하하 웃으리
윤시중 (尹侍中) 의 집에 잠깐 들렀을 때 준 글
지난날 좋은 인연 있어 여기 왔나니
온 집이 엄숙하고 고요해 마음이 편안하고
노니는 꽃동산은 인가에서 머나니
깊은 산, 산속의 산과 같네
안렴사 정량생 (按廉使 鄭良生) 에게 주는 글
정직하고 곧은 그 뜻 누가 알 것인가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잠깐도 어기지 않았네
부처를 섬기고 임금을 받드는 그 정성 지극하거니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드물다 하리
원주목사 김유화 (原州牧使 金有華) 에게 주는 글
책상에 가득한 온갖 문서 전연 돌아보지 않고
눈오는 날 가난한 이 사람을 찾아왔구나
숲속이라 선물할 물건 하나 없고
그저 맑은 이야기와 도를 믿는 정이 있을 뿐이네
비가 갠 뒤 안렴사에게 주는 글
비가 멎고 구름이 걷히니 날이 개어 좋은데
나라를 향한 충성에 도심 (道心) 도 가볍지 않네
흰 옥은 황가의 보배라 들었거니
오늘 빛나는 저 빛에 눈을 비추어 보라
옛사람의 목우송 (牧牛頌) 에 회답함
머리에 뿔 분명히 나타나기 전에는
흰 구름 깊이 잠긴 곳에서 한가히 졸았었네
원래 그는 꽃다운 봄풀을 먹지 않거니
무슨 일로 목동들은 채찍질하나
원정국사송 (圓定國師頌) 에 회답함
동해의 그윽한 바위 곁에
높고도 호젓한 봉우리
원통 (圓通) 하신 관자재보살님
자비 서원은 어떤 집에 임하셨나
소나무 바람은 티끌을 모두 쓸고
파도 소리 곳곳에서 만나니
보타산 위의 보살에게는
참된 얼굴 아닌 물건이 없네
고성 안상서 (高城 安尙書) 의 운 (韻) 에 회답함 ․2수
1.
천고의 높은 풍모 사람마다 있거니
어찌 오늘 새삼 보배롭다 하는가
온몸의 뼛속까지 다른 물건 없나니
이것은 원래부터 진망 (眞妄) 을 벗어났다
2.
중생과 부처 당당하여 본래 다르지 않지만
언제나 바깥 모양에 끄달려 서로 찾는다
물결마다 그림자마다 옳고 그름 없거니
부디 있다거나 없다거나로 구하지 말라
총석정운 (叢石亭韻) 에 회답함
모여선 구리쇠 간대에 돌기둥을 겸했나니
하늘이 낸 아름다운 경치에 누가 다시 보탤 것인가
사면을 돌아보면 범음 (梵踵) 이 진동하나니
바로 위가 도솔천 추녀인가 의심스럽다
이암거사 (伊巖居君) 의 운 (韻) 에 회답함
누가 부처님이 마가다국에서 났다 하는가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내면 천리나 어긋나리
산을 보나 물을 보나 의심 없는 곳에는
맑고 한없는 바람이 제 집에서 나온다
회양 이부사 (淮陽 李副使) 가 숲으로 찾아줌을 감사함
잠깐 금강산 꼭대기에 왔다가
청평산 (淸平山) 속에서 서로 만나다
신심은 쇠처럼 굳고
정성은 허공처럼 크네
과거부터 가까웠기에
금생에 와서 도를 같이하게 되다
권하노니 그대여 한 걸음 더 나아가
빨리 자기 종풍 (宗風) 을 깨치라
공도사 혜도 (空都寺 惠刀) 에게 감사함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살리는 칼이
오직 그 사람의 한 손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에 와서 내게 은혜 베풀었나니
뾰족하고 날카로운 칼에 서릿바람이 난다